세계적으로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붐이 일고 있다. 현재 70여 종을 개발 중이다. 선두 주자는 ‘보이저(VOYGR)6’을 개발하고 있는 미국 기업 뉴스케일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에 1억 달러(약 1200억 원) 이상을, 삼성물산과 GS에너지도 상당액을 투자했다. 지난해 4월 이들 국내 3사와 뉴스케일은 VOYGR의 아시아 건설을 모색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우리나라에서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 인허가를 받은 SMR ‘스마트(SMART)’가 탈원전 기조 속에서 외면당한 탓에 국내 대기업들이 국내 대신 해외 SMR 사업에 대거 나서고 있다. 지난해 8월 SK와 SK이노베이션은 미국의 또 다른 SMR 기업 테라파워에 2억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DL이앤씨 등의 컨소시엄은 엑스에너지에 1억 3000만 달러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미국 기업이 각각 개발하는 액체 금속 냉각 원자로 ‘나트륨’과 헬륨 기체 냉각 원자로 ‘XE-100’은 자국 정부로부터 개발비도 지원받고 있다.
미국 USNC사가 개발하고 있는 헬륨 냉각 방식의 초소형모듈원전(MMR)에 대해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1월 3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건설 사업 독점권을 확보했다. 홀텍사가 추진 중인 가압경수로형 ‘SMR-160’에 대해서는 현대건설이 개발 및 사업 동반 진출을 위한 사업 협력 계약을 맺었다. 삼성중공업은 덴마크 시보그사와 기술 협력 협약을 체결해 바지선에 탑재할 용융염 원자로 사업에 협력한다. 대우조선은 다국적 기업 소콘과 인도네시아에 건설할 토륨 용융염 기반 부유식 원전 사업에 참여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정부 및 민간 투자자의 지원을 바탕으로 기술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일례로 뉴스케일은 2016년 77㎿급 모듈 12개로 구성된 VOYGR12의 발전 단가가 ㎿h당 55달러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100달러 정도로 추정된 SMART의 발전 단가보다 훨씬 저렴했다. VOYGR는 또 냉각수 펌프 없이 자연 순환으로 작동되는 혁신적인 피동 냉각 시스템을 통해 안전도도 SMART보다 높다고 평가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SMART도 셰일석유 채굴이나 니켈 같은 광물 생산에 필요한 원격지 에너지원으로서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VOYGR의 발전 단가는 2016년 발표 후 모듈 수 감소,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89달러로 증가했고 미국 정부 보조금 30달러가 추가되면 실제로는 120달러까지 오르게 돼 SMART의 경쟁 여지는 충분하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국도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글로벌 SMR 기술 추격에 나섰다. 한국원자력연구원도 국내 SMR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난 정부에서 퇴행했던 액체 금속 원자로와 고온 가스 원자로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재개하려 한다. 올해 용융염 원자로 개발에도 착수한다. 해외 SMR로만 눈을 돌렸던 기업들도 이제는 국내 기술에 대한 투자를 다시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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