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30일 서울 성북구의 한 대형마트. 쇼핑을 즐기는 시민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하는 병원이나 약국 등이 아니었지만 ‘노 마스크’로 쇼핑하는 시민이나 대형마트 직원을 찾기 어려웠다. 시민들은 답답한 마음에 마스크를 잠시 벗었다가도 대부분 다시 착용했다. ‘마스크를 안 써도 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벗는 게 어색하다” “표정 관리를 하는 법을 까먹어 사무실에서 벗고 있다가도 다시 쓴다”고 답했다. 일부 시민은 “굳이 벗고 있을 이유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지난 3년여 동안 시민들에게 마스크가 이미 ‘한 몸’처럼 익숙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로 해방감을 느낀다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대형마트 직원 신 모 씨는 “평소에도 계속 쓰고 있고, 벗고 있다가도 사람이 다가오면 얼른 올려 쓴다”며 “주위를 봐도 마스크를 벗는 사람이 아직 없다”고 말했다. 장을 보던 김 모(64) 씨도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굳이 벗을 이유가 없다”며 “쓰고 있는 게 보관하기도 쉬워 대중교통에서도 벗을 수 있을 때까지는 원래처럼 마스크를 착용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 광진구 광장초교 앞 등굣길도 상황은 비슷했다. 몇몇이 노 마스크로 교문을 들어섰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마스크를 쓴 채 등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마스크를 벗은 채 수업이 가능했지만 교실에서도 마스크를 미착용한 학생은 드물었다. 일부가 답답함에 마스크를 벗기도 했으나 극히 소수였다.
올해 6학년이 되는 최현서(11) 양은 “부모님 말씀처럼 코로나19가 아직 위험할 수 있어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며 “숨 쉬기는 답답하지만 감염되지 않는 게 더 중요해 교실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고 말했다. 축구부 부원 나예준(10) 군도 “운동장에서 축구 연습을 할 때는 마스크를 벗었는데 체육관에서는 마스크를 쓴 채 운동을 하면 숨이 차 불편하기는 하다”면서도 “아직 코로나19가 사라진 게 아니어서 친구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혹시 모를 감염 위험에 아직은 마스크를 쓰는 게 더 편하다는 얘기다. 확진자 감소 등 수치로는 코로나19 사태가 수그러들고 있으나 여전히 마음속에는 감염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는 셈이었다. 여기에 장소에 따라 아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점도 ‘노 마스크’ 등교·수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시내 곳곳에서 만난 시민들도 한동안 마스크를 쓰고 다닐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중교통 탑승 시에는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탓에 쓰고 벗기를 반복하기가 번거로워 항상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구로구 주민 박 모(23) 씨는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고 다니지만 쓰고 싶어서 쓰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정한 경우에만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하는데 그때만 마스크를 쓰는 게 오히려 더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도 답답한 실내에서 노 마스크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기면서도 마스크 벗기가 여전히 어색하다고 전했다. 공무원 권 모(26) 씨는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가도 표정 관리를 하는 법을 잊어 다시 쓴다”면서 “쓰고 있는 게 은근히 편한 점도 있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