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만나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는 가운데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기 위해 적극적 역할을 지속해달라”며 북핵 대응 공조 강화를 주문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한국의 지원을 요청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를 ‘아시아판 나토’라고 비난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신냉전’의 불구름을 몰아오는 대결 행각이자 전쟁의 전주곡”이라고 협박했다.
그러나 신냉전을 더 부추기는 나라는 북한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로켓과 미사일 등 군사적 지원을 계속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7일 ‘심야 담화’에서 “우리는 나라 자주권과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싸움에 나선 러시아 군대와 인민과 언제나 한 전호(참호)에 서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반도에서 북한은 온갖 도발로 전쟁의 불씨를 키워왔다. 지난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포함해 전례 없이 잦은 도발을 일삼은 북한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의 우리 영해 근처로 탄도미사일을 쐈다. 또 대량 살상 무기 장착이 가능한 무인기까지 서울 영공에 침투시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핵탄두의 기하급수적 증산’을 선언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확보해가는 지금 국민들은 ‘미국이 뉴욕을 포기하면서까지 서울을 지킬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다. 30일 최종현학술원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의 독자적 핵 개발이 필요한지에 대해 우리 국민 가운데 76.6%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따른 안보 불안을 해소하려면 미국의 핵우산, 즉 확장 억제 전략의 실행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이번 주 한미 외교·국방장관 연쇄 회담에서 핵추진 항공모함, 전략 폭격기 등 미국의 전략 자산을 어떻게 한반도 주변에 전진 배치할지에 대한 매뉴얼을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 킬체인을 비롯한 우리의 ‘3축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한미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 등을 통한 실질적인 북핵 대응 능력도 계속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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