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방만하게 운영돼온 실업급여 수술에 나섰다. 최저임금에 비해 실업급여 실수령액이 더 많다 보니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는 등 여러 폐단을 낳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최저임금은 201만 580원(주 40시간 근무 기준)이지만 사회보험료·세금을 뗀 실수령액은 180만 4339원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실업급여를 받으면 최저임금보다 더 많은 184만 7040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이러니 일하지 않고 실업급여를 받겠다는 사람들이 늘지 않을 수 없다. 실업급여 수급자는 2017년 약 120만 명에서 2021년 178만 명가량으로 급증했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고용보험 적립금은 2017년 10조 3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5조 3000억 원(예상치)으로 반토막 났다.
실업급여는 직장인이 실직했을 때 최대 9개월간 받는 급여로 통상 평균임금의 60%로 책정된다. 하지만 정부는 실직 시 최소한의 생계 보장을 위해 최저임금의 80%라는 높은 하한선을 뒀다. 우리나라의 평균임금 대비 실업급여 하한액 비중은 42%(2018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0.5%보다 훨씬 높다. 최소 취업 기간도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당시 12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된 뒤 짧게 유지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실업과 취업을 반복하며 실업급여만 받는 불량 수급자가 적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최저임금을 받던 근로자의 실직 이후 실직급여 소득 대체율이 113%(2020년 기준)로 실직 전 급여 수준을 넘는다”면서 보완책을 주문했다.
낮은 임금을 받고 힘들게 일하는 것보다 쉬면서 실업급여나 타는 게 더 좋으면 누가 열심히 일하려고 하겠는가. 산업 현장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최소 취업 기간을 채운 뒤 그만두는 직원들과 요건을 맞추려고 면접을 보는 ‘무늬만 구직자’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근로 의욕을 높이고 고용보험기금의 건전성을 제고하려면 실업급여 제도를 전면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조세재정연구원의 권고처럼 최소 취업 기간을 10개월 이상으로 늘리고 실업급여 하한액도 최저임금의 60% 선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반복해 실업급여를 받을 경우 수령액을 단계적으로 삭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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