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가격 인하가 전기차 시장의 출혈 경쟁 리스크를 높이고 있습니다”(존 머피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
미국 전기차 업계가 치열한 가격 경쟁에 돌입했다. 연초 테슬라가 최대 20%의 파격적인 가격 인하로 포문을 열자 다른 업체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뒤따르는 모양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되며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기대되는 가운데,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혈투가 벌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에 따르면 포드 자동차는 이날 주력 전기차인 머스탱 마하-E의 가격을 평균 4,500달러 인하하고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모델에 따른 인하폭은 1.2%~8.8%(600달러~5,900달러) 수준이다. 이번 가격 인하로 총 4개 모델이 5만5,000달러 이하 전기차 세단 구매 시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미국의 IRA 조건을 충족하게 된다.
포드의 이같은 움직임은 다분히 업계 1위 테슬라를 겨냥한 것이다. 테슬라는 앞서 머스탱 마하-E의 경쟁 모델인 모델 Y의 가격을 최대 1만 3,000달러 인하한다고 발표해 시장을 술렁이게 했다. 할인폭이 가장 큰 모델 Y 롱레인지의 가격은 기존 6만 6,000달러에서 5만 3,000달러 선까지 낮아졌는데 이 역시 IRA 세액 공제 혜택을 받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전기차 업체들이 큰 폭의 가격 인하에 나서는 것은 초반에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내 전기차 판매는지난해 전년 대비 65%가 늘었으며, 올해 100만대 판매 돌파를 예고하고 있다. 테슬라의 점유율이 65%로 가장 높지만 전년(72%)에 비해 하락하는 추세며, 포드(7.6%)와 현대차·기아(7.1%) 등이 이를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디트로이트를 대표하는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는 테슬라가 아직 출시하지 못한 전기차 픽업트럭을 통해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다. 포드 전기차사업 부문 최고고객책임자(CCO) 마린 쟈자는 “우리는 누구에게도 시장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포드나 GM 등이 아직 전기차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출혈 경쟁에 돌입함에 따라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업이익률이 17%에 달하는 테슬라와 달리 이들 업체들은 가격 인하를 할 여력이 충분치 못하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여온 현대차·기아의 경우 북미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함에 따라 IRA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업용 리스 차량 판매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지아 공장 가동 전까지 현대차·기아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이 다소 감소하더라도 리스 판매량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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