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대한 주력 전차 지원을 놓고 입장 차를 나타냈던 미국과 서방이 이번에는 전투기를 보내는 문제로 엇갈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 시간) 메릴랜드주 볼티모어를 방문한 후 워싱턴 D.C.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F-16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것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No)”라고 잘라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자국 주력 전차인 M1 에이브럼스를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것을 주저하다 결국 지난 26일 해당 전차 31대를 지원하기로 결론을 내린 바 있는데, F-16를 파견하는 문제를 놓고 다시 신중론을 펴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전차 지원을 약속받은 뒤로는 요구 수준을 높여 전투기 지원을 강도 높게 요청하고 있다.
다만 유럽에서 전차에 이은 전투기 지원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미국도 결국 전투기를 내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같은 날 네덜란드 헤이그의 비넨호프 의사당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보낼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투기 지원을 우크라이나가 먼저 요청해야 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전투기 지원 ‘선결 조건’으로 밝혔다. 뤼터 총리 역시 “금기는 없지만 (전투기 지원이 결정된다면) 큰 진전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반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전날 현지 언론과 인터뷰하며 “독일이 주력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보낸 이후 다시 중무기 지원 논쟁이 불거지면 국가를 향한 국민 신뢰가 흔들릴 것”이라며 미국과 마찬가지로 전투기 지원을 꺼리는 모양새다. 독일은 앞서 전차 레오파르트2 14대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결정하면서도 전투기 지원 논의는 따로 있지 않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침공 직후인 지난해 3월에 이어 올해 폴란드를 다시 찾을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다만 폴란드 방문 시점은 특정하지 않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인 폴란드는 지난해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로 들어가는 서방의 무기 병참기지 역할을 맡고 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침공 개시 한 달여 후인 같은 해 3월 이곳을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권좌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도살자”라는 수위 높은 연설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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