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다시 보석으로 풀려났다. 지난해 8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지 약 5개월 만이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배형원·이의영·배상원 부장판사)는 이달 27일 “보석을 허가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박 전 회장의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대신 보증금 4억 원을 납부하되, 이 가운데 2억 원은 보석보증보험증권으로 대신하도록 했다. 또 박 전 회장의 주거지를 제한하고, 변경이 필요할 경우 법원에 미리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건도 걸었다. 이외에 재판부는 △법원이 정하는 일시·장소에 출석하고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하지 않을 것 △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또는 그 친족에게 해를 가하는 행위를 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박 전 회장은 이를 어기면 보석이 취소될 수 있다.
박 전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나는 것 이번이 두 번째다. 2021년 5월 구속기소된 박 전 회장은 구속 만기(6개월)를 앞두고 같은 해 11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지난해 8월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으면서 재수감됐다. 당시 재판부는 박 전 회장에 대한 공소사실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된다며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 이후 박 전회장은 항소와 함께 이달 18일 보석 청구서를 냈고,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박 전 회장은 본인이 주식 100%를 보유한 특수법인(SPC)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을 통해 그룹 지주회사이자 아시아나항공 모회사였던 금호산업 지분을 인수하려는 과정에서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2015년 12월 금호터미널 등 계열회사 4곳의 자금 3300억 원을 인출해 산업은행 등 채권장이 보유한 금호산업 주식의 인수 대금으로 쓴 혐의다. 또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던 금호터미널 주식을 금호기업에 낮은 가격에 매각한 혐의도 있다. 이외에도 아시아나항공 등 9곳이 계열회사를 동원해 금호기업에 1306억 원을 담보없이 싼 이자로 부당 지원하게 하고, 스위스 게이트그룹에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저가에 매각하는 대가로 금호기업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무이자에 인수하도록 거래한 혐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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