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섹슈얼리티(sexulaity)·성평등·성소수자’ 등의 용어를 삭제한 데 대해 학계에서 쓴 소리가 나왔다.
31일 대한성학회는 성명서를 내고 "지난달 22일 교육부가 확정 발표한 ‘2022 초·중등학교 및 특수학교의 교육과정’에 대해 심히 우려스럽다"며 "한국사회에서 성교육에 대한 연구와 실천을 수십년동안 이어온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재논의하라"고 촉구했다.
대한성학회는 의학·간호학·보건학·심리학 등 각계 성전문가 700여 명이 활동 중인 학술단체다.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건강하고 즐거운 성과 성문화 조성을 위한 연구와 각종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교육계는 이번 개정 교육과정에선 성소수자를 ‘성별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로, 성평등을 ‘성에 대한 편견’으로 바꾸고 '섹슈얼리티'란 용어를 삭제했다. 이와 관련 대한성학회는 “세계보건기구(WHO)·UN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가 권고하는 국제기준에도 못 미칠 뿐 아니라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성건강 복지를 위해하는 심각한 퇴행”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 성교육은 민주시민 교육이라 할 만큼 자신 성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타인에 대한 존중과 사회 구조적 평등을 실천할 수 있는 가치 함양이 목적”이라며 “교육과정은 시대를 반영하는 향후 교육 방향과 범위를 규정하기 때문에 내용과 함의를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성교육에는 인권과 다양성을 기반으로 건강한 성과 재생산 건강, 신체의 발달, 성행동과 태도, 관계, 가치관, 권리와 문화, 섹슈얼리티, 젠더의 이해, 폭력과 안전, 건강과 복지 등이 포괄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게 학회 의견이다.
김탁 대한성학회 회장(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섹슈얼리티·성평등·성소수자 용어 삭제는 성교육에 대한 학문적 배반”이라며 "이번 교육 과정에서 빠졌던 용어와 개념을 다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섹슈얼리티는 인간의 전성(全性), 몸과 인격, 태도를 아우르는 개념이며, 성소수자와 성평등 역시 이미 국내외 정통 학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개념이란 이유에서다. 학회는 △여성·성소수자·청소년·장애인·이주민 모든 사람이 평등한 성과 삶의 주체라는 가치를 명확히 하는 성교육 제공 △전문가의 지속적 성교육이 가능한 제도 마련 △공교육 성교육 강화 △모든 어린이·청소년에게 성교육 제공 등을 요구하며 “교육과정을 재논의할 때 성학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라”고 촉구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