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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약한 서사에 너무 익숙한 음악…웅장·화려한 무대연출은 인상적

[리뷰-뮤지컬 '베토벤']

베토벤의 사랑이야기 과감히 부각

음악적 요소 혼령으로 의인화 눈길

비창 등 편곡 없이 활용 다소 답답

사랑에 빠지는 과정 설득력도 부족

뮤지컬 ‘베토벤’의 한 장면. 사진 제공=EMK뮤지컬컴퍼니




루드비히 판 베토벤의 사후 발견된 편지 세 통의 대상자인 신원 미상의 이른바 ‘불멸의 연인’의 정체는 관련 연구자들의 오랜 이야깃거리다.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초연의 막을 올린 뮤지컬 ‘베토벤’은 이 ‘불멸의 연인’에서 모티브를 따, 그 후보 중 한 명인 안토니 브렌타노와 베토벤의 사랑이야기로 극을 이끌어가는 과감한 선택을 한다. 베토벤 하면 악성(樂聖)으로 면모만 부각될 뿐 그의 사랑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기 때문이다. 호기심을 끌기는 충분하지만 너무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라, 이를 음악, 서사와 함께 잘 세공하지 못한다면 극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양날의 칼’이었다. 실제로 칼날이 극 전체로 돌아오는 형국이다.

뮤지컬 ‘베토벤’의 한 장면. 사진 제공=EMK뮤지컬컴퍼니


‘베토벤’은 제작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부터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극본부터 작곡과 연출까지 7년을 오롯이 제작기간으로 투자했고, 히트작 ‘엘리자벳’ ‘모차르트!’ ‘레베카’의 미하엘 쿤체 극작가·실베스터 르베이 작곡가 거장 콤비가 다시 뭉쳤다. 베토벤을 연기하는 박효신·박은태·카이, 안토니 역할의 조정은·옥주현·윤공주 등 출연작마다 매진 행렬을 이어 온 배우들은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열연으로 보답하고 있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각 캐릭터의 디테일을 더해 가는 모습이다. 음악적 요소를 ‘혼령’의 존재로 의인화해서 안무와 함께 시각화한 연출도 눈길을 끈다.

또한 공연장의 큰 무대를 십분 활용한 무대연출의 볼거리는 시원한 느낌을 준다. 체코 프라하의 카를교를 재현한 무대장치가 천장에서 내려오는 모습, 불꽃놀이를 표현한 영상은 인상적이다. 특히 1막의 엔딩에서 베토벤이 사랑에 빠지며 마음의 벽을 허문다는 상징을 무대 벽이 사라지는 모습으로 보여주는 한편 천둥번개가 치는 듯한 조명·음향효과가 동시에 등장할 때는 웅장한 효과를 준다.

가수 겸 배우 옥주현이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베토벤' 프레스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체코 프라하의 카를교를 재현한 세트는 노래하는 중간에 천장에서 내려온다. 연합뉴스




문제는 뮤지컬을 이끄는 주축인 음악과 서사다. 음악의 경우, 극의 주요 넘버들은 ‘비창’ ‘월광’ 소나타, 교향곡 5번 ‘운명’과 9번 ‘합창’, ‘엘리제를 위하여’ 등 베토벤의 명곡들을 오케스트라, 전자음악, 록 등으로 재탄생해 만들었다. 르베이는 개막에 앞서 내한할 당시 ‘베토벤’의 곡에 대해 “캐릭터와 이입할 수 있는 지점을 찾기 위해 베토벤의 원곡을 사용해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편곡 등의 새로운 해석이 적고, 대중에 너무 익숙한 곡들의 활용은 베토벤 곡의 주크박스 뮤지컬처럼 느껴지면서 다소 지루하게 다가온다. 한국어로 번역된 가사들은 멜로디와의 어울림을 고려하지 못해, 단어를 우겨넣었다는 인상마저 준다. 극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오리지널 넘버가 아쉽다는 반응도 적지 않게 발견된다.

뮤지컬 ‘베토벤’의 한 장면. 극중 베토벤의 지휘 장면을 위해 오케스트라 피트에 내려가서 직접 지휘하는 연출이 눈길을 끈다. 사진 제공=EMK뮤지컬컴퍼니


서사적 면에서는 사랑에 빠지는 과정의 설득력이 부족하다. 안토니는 남편과 자식이 있는 사람으로, 베토벤과 사랑이 단순한 불륜으로만 비치지 않으려면 둘이 교감하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의 섬세한 묘사가 필수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단선적이고 빠르게 지나간다. 베토벤 캐릭터는 청력 상실의 절박함이 생략된 채 괴팍한 인물로만 그려지고, 안토니는 공허한 가정생활에 지쳐 베토벤에게 눈을 돌리는 캐릭터로만 보인다. 특히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가 본격화하는 2막에서는 사랑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남녀만 있을 뿐, 악성 베토벤이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도 계속 무대에 오를 수 있는 프로젝트인 만큼 서사와 음악의 빈자리를 채워나가는 시도가 더 필요해 보인다. 공연은 3월26일까지.

배우 박은태가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베토벤'의 프레스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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