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차를 놓쳐 추위를 피하기 위해 부산의 한 지구대를 찾았다가 쫓겨난 70대 여성 A씨에게 경찰이 해당 일을 문제 삼지 못하도록 회유를 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MBN에 따르면 70대 할머니 A씨는 부산동부경찰서 소속 관할 B지구대를 찾아 폐쇄회로(CC)TV 정보공개청구를 했다가 비용에 수백만원이 든다는 경찰의 말을 듣고 처음에는 포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실제 CCTV 모자이크 전문업체의 견적에서는 30만원도 채 되지 않은 금액이 나왔다. A씨는 자신에게 비용에 부담을 느끼도록 해 정보공개청구를 포기하도록 회유한 것처럼 느꼈다고 주장했다.
앞서 A씨는 지난달 14일 자정에 부산역에서 마지막 기차를 놓친 뒤 B지구대에 몸을 녹이러 갔다가 경찰관들에 의해 40여분 만에 쫓겨났다. 당시 부산은 영하권의 추운 날씨였으며 A씨는 가진 돈이 없고 갈 곳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은 A씨를 강제로 끌어낸 뒤 지구대 문을 잠갔다.
사건이 발생하고 며칠 뒤 A씨는 이를 문제 삼기 위해 해당 지구대를 다시 찾았다. 그리고 경찰에게 CCTV 영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과정에서 CCTV를 보려면 모자이크 처리를 해야하는데 그 비용으로 최대 300만원 정도가 든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인터뷰에서 “(경찰이)‘모자이크를 한다’고 해서 모자이크가 뭐예요?그랬다”며 “그랬더니 (CCTV에 찍힌 사람 얼굴) 그걸 다 지워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몇백만원 든다고(하더라). 늙은이가 이거 되겠나 싶어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CCTV 확인을 포기했던 A씨는 이후 모자이크 전문업체에 실제로 비용을 알아봤다. 그가 지구대에 들어가서 쫓겨날 때까지 찍힌 영상은 45분 정도였는데, 견적은 수백만원이 아니라 26만1800원이었다. 경찰의 말과 달리 모자이크 처리 비용이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는 A씨의 오해라는 입장이다. 뉴스1에 따르면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정보공개청구 요구에 따라 모자이크 업체를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한 결과 시간당 60만원으로 파악됐다. A씨가 나온 CCTV 영상이 5개여서 최대 3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나올 수 있다고 안내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모자이크 처리 업체가 지구대를 방문, A씨의 모자이크 비용을 아껴드리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A씨는 5개 영상을 하나로 묶는 등의 방법으로 비용을 아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A씨는 당시 경찰관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냈으며 경찰은 자체 진상 파악과 동시에 고소장에 따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시 지구대 근무자들은 A씨가 직원들에게 무례한 말을 해 밖으로 내보냈다는 입장이지만 지구대 내부 CCTV에는 음성이 녹음되지 않아 할머니와 경찰 간 말다툼이 있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논란이 일자 사건 한 달 반 만인 지난 주말 공식 사과문을 내고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