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에서 시내버스를 몰던 기사가 상가 주변 화재를 목격한 후 버스 내 소화기를 들고 현장으로 달려가 신속하게 초기 대응을 해 불이 번지는 것을 막았다.
29일 경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1시 5분께 경주시 외동읍 구어교차로 인근의 한 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인근을 운행하던 새천년미소 600번 버스 기사 최우식씨(62)는 상가 건물 뒤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는 것을 목격했다.
최씨는 급히 차를 세우고 버스 출입구 옆에 비치된 소화기를 들고 화재 현장으로 달려가 진압에 나섰다. 그의 초동 대처로 불이 크게 번지지 않았고, 이후 경찰관과 소방대원이 현장에 출동하면서 완전히 진화됐다.
버스 폐쇄회로(CC)TV에는 최씨가 소화기로 불을 끄는 모습이 담겼다.
최씨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멀리서 보니까 연기가 나더라. 가보니까 불이 붙었는데 내 생각에는 소화기 가져가서 진화하면 안 되겠나 싶어 달려갔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어 “부끄럽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사소한 일”이라고 말했다.
119 관계자는 “화재 초기의 소화기는 소방차 10대 이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최씨의 침착한 초기 대응으로 큰불을 막았다”고 전했다.
당시 버스에 타고 있던 한 승객도 20일 경주시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글을 올려 “버스를 타고 가는데 한 건물 뒤편에서 불이 났다. 불이 난 줄도 몰랐는데 갑자기 버스 기사님께서 소화기를 들고 급히 내리시더니 불을 껐다”며 “큰불이 될 뻔했는데 119 올 때까지 침착하게 불을 끄시고 다시 운전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덕분에 버스 타고 가는 사람들과 (건물) 이용 고객들 모두 아무 탈이 없이 이용 중”이라며 “운전도 힘드실 텐데 이렇게라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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