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1일 지난해 4분기 실적 공시를 통해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2700억 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1조 원 내외였던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어닝쇼크’다. 전년 동기의 8조 8400억 원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96.95%나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쇼크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메모리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영향이 컸다. 반면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TSMC는 펄펄 날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3250억 4100만 대만달러(약 13조 3136억 원)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TSMC의 50분의 1가량에 불과한 셈이다.
삼성전자와 TSMC의 승부를 가른 최대 변수는 국가 지원과 규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만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세제·인프라 등 전방위에서 통 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20년 기준 TSMC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1.5%로 삼성전자(21.5%)의 절반 수준이다. 대만 정부는 최근 TSMC의 새 공장이 들어서는 타이중시에 450억 대만달러(약 1조 8300억 원)를 쏟아부어 부지를 조성한 뒤 기업에 넘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1년 가뭄 때는 TSMC 반도체 공장에 물이 동나자 정부가 인근 농민들을 직접 설득해 논으로 들어가는 물길을 공장으로 돌리기도 했다.
대만에 비하면 한국의 반도체 지원은 답답할 지경이다.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 상향 법안이 한참 방치돼 있다가 지난해 말에야 대기업 기준 6%에서 8%로 찔끔 올린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법인세 최고 세율도 25%에서 24%로 내리는 데 그쳤다. 규제도 여전해 삼성전자가 평택에 반도체 공장 증설을 위한 송전선을 설치하는 데 5년이나 걸렸을 정도다. 대만은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 반도체에 사활을 거는데 우리는 지지부진하니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거대 야당은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추가 상향하려는 정부 방침이 ‘재벌 특혜’라며 어깃장을 놓고 있다. 경제와 안보까지 좌우하는 핵심 전략산업 지원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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