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1일 “우리(미국)가 가진 억지력은 실제로 존재하고 특히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억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반도 정세와 한미동맹’이라는 주제로 열린 한국여성기자협회의 ‘2023 포럼W’에 참석해 ‘한국의 자체 핵무장 여론을 미국이 얼마나 심각하고 진지하게 바라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한국과 미국 간에는 확장억제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 진전시키고 있다”며 “계속해 논의를 이어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확장억제라는 것은 결국 미국이 가진 모든 능력을 제공한다는 뜻”이라며 “한국 내에서 핵과 관련한 여러 논의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우리는 현재 한국과 미국이 함께할 수 있는 공동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더불어 “한국 정부와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국내에서는 국민 10명 중 7명이 한국의 독자 핵개발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종현학술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 16일까지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관련 일대일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의 독자적 핵 개발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매우 그렇다’ 15.9%, ‘어느 정도 그렇다’ 60.7%였다.
북한이 지난해 전례 없는 빈도와 강도의 도발에 나서면서 일반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난달 30~31일 방한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전날 오후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 간 확장억제 실행력을 더욱 강화해 한국인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골드버그 대사는 “여론조사를 보면 사실 문항, 질문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많이 의존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지금 얘기하는 내용들은 상당히 복잡하고 여러 다양한 많은 요소가 연루돼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대다수 국민이 자체 핵무장을 원한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셈이다.
그는 또한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그 걱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우리는 가용한 재원을 모두 사용해 이 같은 약속을 현실화하는 데 완전히 진실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재차 피력했다. 더불어 “우리가 가진 억지력은 실제로 존재하고 어떤 것으로부터, 특히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억지할 수 있다”고 확언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북한이 핵보유국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도 나오는데 향후 한미 간 논의 주제에 한국의 핵보유 추진이나 전술핵 재배치도 포함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핵억지력에 대한 논의는 현재 존재하는 것에 대한 것”이라며 “앞으로 (있을) 추가적인 조치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한국의 핵무기 보유나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에 확실히 선을 그은 것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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