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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탄 리스트’ 돌린 개딸에 휘둘리면 민주 정당이라 할 수 있나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민주당 의원 169명의 ‘방탄 출석부’를 만들어 돌리고 있다. 1월 29일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민주당 의원들 검찰 방문 및 발언 SNS 전수조사’라는 제목의 글에는 이 대표의 28일 검찰 출석 때 동행했는지, 검찰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냈는지를 전수조사한 결과가 O·X 표시와 함께 정리돼 있다. 이른바 ‘수박(겉과 속이 다른)’ 의원을 가려내 내년 총선 공천 탈락 위협으로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이 세몰이와 겁박을 통해 당의 진로를 좌우하려는 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이 ‘조국 사태’ 논란, 위성 정당 창당 문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참여 문제 등을 두고 갑론을박에 빠졌을 때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인 ‘문빠’들은 비주류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퍼부으며 국민 여론을 거스른 강경 행동을 압박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이 문자 폭탄을 자제시키지 않고 외려 ‘양념 같은 일’이라며 두둔하는 바람에 2021년 이후 선거에서 연패하고 정권을 잃었다.

민주당은 1일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진상 규명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며 맞불 공세에 나섰다. 토요일인 4일 오후에는 서울 숭례문 앞에서 ‘윤석열 정권 규탄 대회’를 내세워 ‘이재명 방탄’ 성격의 장외 집회를 열기로 하고 전국 당 조직에 총동원령을 내렸다. 이 대표는 자신의 SNS에 ‘민주주의 파란 물결, 동참해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리며 집회 참여를 독려했다. 민주정당을 표방하면서 강성 지지층을 진정시키기는커녕 되레 그들을 부추기면서 더 심한 폭주의 길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당원을 홍위병처럼 동원하는 장외투쟁은 이 대표의 개인 비리를 덮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자멸을 초래한다. 민주당은 ‘방탄당’ 역할을 멈추고 민주정당의 모습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이 대표도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해 대장동·성남FC 후원금 의혹 외에도 쌍방울의 300만 달러 북한 송금과의 연관 의혹 등에 대해서도 소상히 진실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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