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서도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2% 올라 3개월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는 전월 상승률(5.0%)에 비해 0.2%포인트 확대된 것으로 지난해 5월부터 9개월째 5%대의 고물가 추세를 유지해왔다. 특히 전기·가스·수도요금이 전년 동월 대비 28.3%나 급등해 물가 오름세를 주도했다. 연초부터 제품 가격도 줄줄이 올라 국민들의 체감 물가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전기요금·가스값뿐 아니라 지하철·버스 등 주요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정부의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3.5%)마저 달성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긴축 정책을 통한 인플레이션과의 힘겨운 전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런데도 정치권은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돈 풀기 경쟁에 나서 외려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7조 2000억 원의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을 포함해 30조 원 규모의 추경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일 기자회견까지 열어 2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안 논의를 시작하자며 정부를 압박했다. 민주당의 추경안에는 코로나19 부채 이자 감면(12조 원), 지역화폐 증액(1조 원) 등 효과가 불분명한 정책이 대거 포함돼 있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나선 조경태 의원도 전 국민 대상 난방비 지원을 내세워 6조 4999억 원의 긴급 추경 편성을 제안했다.
무차별적인 현금 살포는 수요를 자극해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민생 부담을 더 키우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물가를 잡겠다며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하면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온 정책 당국의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게 된다. 게다가 638조 원 규모의 새해 예산 집행이 시작된 지 한 달여 만에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정치권이 진정 서민의 고통을 덜어주려면 인기에 영합하는 추경 추진을 멈춰야 한다. 여야는 선심 정책 경쟁에서 벗어나 취약 계층에 대한 핀셋 지원과 에너지 수급 안정화 같은 실질적인 민생 대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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