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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도체 산업 위기인데 세제 지원 법안 뒷전으로 미룬 국회


한국 반도체 산업이 최대 위기에 처했지만 국회는 반도체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 법안 처리를 마냥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 2일 국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9일 ‘K칩스법(반도체산업강화법)’의 핵심인 조세특례제한법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0일 “기획재정부는 관계 부처와 협의해 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는데 20일이나 지나서야 정부가 움직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국회에 있다. 여야는 K반도체의 위기 징후가 뚜렷했던 지난해 12월 23일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6%에서 8%로 2%포인트 찔끔 올리는 조특법 개정안을 처리했을 뿐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미국·대만 등 경쟁국들에 비해 턱없이 낮은 세액공제율 적용은 한국 반도체의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여야 정치권은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169석의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입법’을 주장하며 1월 임시국회를 소집하더니 한 달 내내 성남FC 후원금, 대장동 의혹 등 이재명 대표 개인의 사법 리스크를 막는 ‘방탄’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여당 또한 야당에 휘둘릴 수 없다는 정쟁 논리에 매몰돼 안이하게 대처하는 바람에 반도체 세제 지원 법안을 조속히 처리할 수 있는 기회를 흘려버렸다.



국회에 제출된 조특법 정부안은 반도체를 비롯한 전략 기술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반도체 혹한기를 넘겨 살아남으려면 법안을 서둘러 처리해 업계에 온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하지만 여야는 조특법 입법 예고 기간이 3일 끝나는데도 14일에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를 열어 논의한다고 한다. 지난달 반도체 분야의 수출액이 1년 전 대비 44.5%나 급감하면서 사상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했는데도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무역수지가 점차 개선될 것”이라며 낙관론을 펴고 있다. 국회와 정부가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느긋하게 대처하다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도태될까 두렵다. 지금이라도 전략산업 전폭 지원을 위한 속도전에 본격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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