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대진표가 확정된 첫 주말 김기현 후보는 나경원 전 의원을 찾아가 힘을 합치자고 손을 내밀었다. 이준석계 후보들은 윤핵관들에 대한 반감을 자극하며 비윤 표심 끌어안기에 열중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3일 김 후보는 나경원 전 의원을 집을 찾아가 연대를 제안했다.
김 의원은 “20년 세월 동안 당(黨)을 같이 하면서 보수 우파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동고동락했던 동지였기에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총선 승리를 위해 힘을 합치자는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나 전 의원은 “‘영원한 당원’으로서 해야 할 역할에 관해 숙고해 보겠다”고 호응했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나 전 의원과 손을 잡아 지지율 하락 국면을 돌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나 전 의원이 당권 도전을 접은 뒤 김 후보는 ‘나경원 찍어내기’ 덫에 걸린 반면 안철수 후보는 나 전 의원의 지지층을 흡수하며 1위 주자로 급부상했다. 나 전 의원과의 연대를 고대하는 안 후보는 “미리 약속은 하고 갔느냐”고 견제했다.
안 후보와는 공방을 이어갔다. 김 후보는 안 후보의 ‘공정·클린 선거 협약 체결’ 제안에 대해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대통령을 팔아 표를 모으려 한 장본인은이 누구인지 짚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안 후보는)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를 전국에 설파했다”며 “대통령의 후보인 듯 참칭하다 의도대로 풀리지 않으니 이제 대통령과 참모들을 탓하느냐. 유체이탈 없는 자기 객관화를 통해 지난 시간을 돌아보라”고 직격했다.
이준석계 인사들은 윤핵관들에 대한 공세를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냈다. 천하람 당 대표 후보는 “윤핵관과 신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을 한 없이 가벼운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며 신 변호사의 발언(“안철수 후보 당선시 윤 대통령이 탈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을 꼬집었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용태 후보는 “(윤핵관들은) 무슨 조폭들이 하는 짓거리들을 보는 것 같다”, 허은아 후보는 “‘대통령실·여권 관계자’라는 이름으로 유력 당 대표 후보를 적으로 규정했다. 윤핵관 자리를 ‘대통령실·여권 관계자’가 대신할까 정말 걱정된다”며 반윤핵관 주자로서 선명성을 높였다.
이 전 대표도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최근 3일간 페이스북에 지지를 독려하고, 윤핵관 각세우기에 초점을 맞춘 20개 이상의 메시지를 쏟아내며 주도권 가져오기에 힘을 보탰다.
경쟁자들은 이준석계가 일으킬 바람의 강도를 가늠하고 있다. 현재 천 후보에 무대응 기조를 보이고 있는 김기현 캠프 측의 한 관계자는 “다음주 초 여론조사를 통해 천 후보의 영향력을 확인해 보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