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 제정을 약속하면서 분당·일산·평촌 등 해당 지역 아파트를 구입한 젊은 층의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엄격한 대출규제에 가파른 금리인상까지 더해지며 2030세대의 아파트 매수가 전반적으로 축소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5일 한국부동산원의 연령별 아파트 매입거래현황에 따르면 2022년 경기 성남 분당구 전체 아파트 매매 거래 중 2030세대가 매수한 비중은 38.4%에 달했다. 이는 2021년(29.5%)에 비해 8.9%포인트 급등한 수치다. 이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 공약이었던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분당구 서현동 공인중개사 A는 “분당 시범단지는 대선 이후 특별법을 통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젊은 층들이 다양한 면적에서 매수에 나섰다”며 “하반기에는 공약이 지연되고 거래 절벽이 심화됐지만, 여전히 재건축 진행상황·적절한 매수시점 등에 대한 30대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고, 일부는 실거래로 체결되고 있다”고 전했다.
분당 외 1기 신도시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고양 일산신도시(일산 동·서구) 아파트 30대 이하 매수 비중은 42.5%를 차지했는데, 이는 직전해(38.7%) 대비 3.8%포인트 오른 것이다. 평촌신도시(안양 동안구) 역시 2030세대 매수 비중이 2021년 51.0%에서 2022년에는 52.7%로 뛰었다.
이는 지난해 기준 금리가 2.0%포인트 이상 오르고 강화된 DSR 규제(총 대출액 1억 원 초과 차주까지 확대)가 적용되며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젊은 층의 매수 비중이 쪼그라든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비중은 2021년 41.7%에 달했지만, 이듬해인 지난해는 33.8%까지 떨어졌다. 경기 지역도 같은 기간 36.3%에서 34.5%로 뒷걸음질 쳤다.
특히 이 같은 경향은 1기 신도시와 신도시 인근 지역의 젊은 층 매수 비중을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성남의 또 다른 자치구인 중원구는 2021년 30대 이하 매수 비중이 40.5%에서 27.8%로 급감했다. 재개발 호재가 있는 수정구도 같은 기간 37.7%에서 36.5%로 떨어졌다. 일산이 속한 고양시도 덕양구가 38.0%에서 37.1%로, 안양시 만양구도 39.3%에서 25.6%로 모두 젊은 층 매수가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부동산 거래 절벽 가운데도 특히 젊은 층의 매수세가 급감한 상황에서 남아 있는 수요가 특별법 호재가 있던 1기 신도시로 집중됐다고 분석한다. 김효선 농협은행 NH ALL100자문센터 전문위원은 “젊은 층은 주택 구입 시 특히 다른 연령보다 미래 가치를 고려한 선택을 한다"며 “지난해 부동산 시장에 호재가 없던 상황에서 그나마 1기 신도시는 정부에서 공약한 재건축 관련 호재가 있다 보니 30대 이하 매수 비중은 높아진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이어 "올해 특별법이 본격적으로 발의되고, 특례보금자리론도 대중화되면 이들 지역에 젊은 층의 투자 수요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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