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임자도 해상에서 전복된 청보호에 탑승한 선원들은 4일 오후 7시 30분 출항부터 불길한 징조를 느꼈다. 구조된 선원 중 한 명은 당시를 떠올리며 "선장과 제가 항상 배의 키를 잡는데, 출발했을 때부터 배가 약간 좌측으로 기울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출항후 3시간여 가 흐른 오후 11시 17분께 기관장은 전남 신안군 해상을 지나다 “기관실에 물이 찼다”고 소리치며 밤바다의 정적을 깼다. 베트남 선원이 선실에 물이 샌다고 보고했고 기관장은 곧장 기관실로 내려갔지만 이미 선내는 절반가량 물이 차오른 상태였다. 선박이 15도가량 기울어진 상태에서 선내 전기 배터리까지 물에 잠겨 배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어둠에 휩싸였다.
기관장과 외국인 선원은 렌턴을 든 채 살기위해 필사적으로 기관실의 물을 퍼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조타실에 있던 선장도 기관실로 찾아와 물을 퍼내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러나 물을 퍼내는 속도보다 물이 차오르는 속도가 더 빨랐다고 구조선원은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배 옆 벽면에서 물이 터져 나오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상황이 심각해졌다. 불과 5~6분 사이 선박은 45도까지 기울어졌다.
당시 3명의 선원은 뱃머리에, 선장과 기관장 등 3명은 기관실에, 나머지 선원들은 선미인 배꼬리에 있었다고 선원은 주장했다. 선실에서 갑판으로 나오는 출입구가 선미 쪽에 있고 선수 쪽 보다 선미 쪽 공간이 넓은 만큼 다수의 사람이 그쪽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배가 침몰하면 선미부터 가라앉는 것을 깨달은 선원들은 선미에 있는 이들에게 “선수로 오라”라고 고함을 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울어진 배에서 이동하려면 뭔가 잡을 곳이 있어야 하는데 선미에서 선수로 가는 공간에 그런 게 없다고 생존 선원은 설명했다. 그러는 사이 배가 순식간에 전복되며 동료 선원들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45도로 기울어진 배가 전복될 때까지는 체감상 1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배가 전복되면서 바다에 빠진 선원들은 선수에 있던 부유물에 의지해, 뒤집힌 배의 바닥 위로 올라갔고 인근에 있던 민간어선 광양프론티어호에 의해 구사일생으로 구조됐다.
구조당국은 이날 저녁 야간수색에 돌입했다.
해경 등 구조 당국은 이날 오후 전남 신안군 대비치도 인근 사고 해역에서 실종자 9명을 찾기 위한 수색 구역 확대 등 야간 집중 수색에 나섰다.
뒤집힌 청보호를 인양할 200톤 크레인선은 이날 오후 3시 50분께 신안군 암태면 오도선착장에서 사고 해역으로 출발했다.
구조 당국은 현장 상황을 고려해 청보호 인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실종자가 선내에 머물지 않고 바다로 떠내갔을 상황에도 대비해 해상 수색도 구역을 더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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