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전기·가스·난방비 등 연료 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7% 폭등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4월 이후 2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전기 요금은 지난해 4·7·10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인상됐다. 전기료는 1년 전보다 29.5% 상승해 4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시가스 요금도 지난해 네 차례 올랐고 ‘서민 연료’인 등유는 37.7%나 뛰었다.
연료비 급등으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하락과 함께 서민과 자영업자들의 겨울철 난방비 부담 급증이 우려된다. ‘난방비 폭탄’ 사태가 터진 데 이어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과 상하수도 요금, 쓰레기종량제 봉투 가격도 줄줄이 인상된다. 소득 1분위(하위 20%)의 경우 수도·광열·교통 등 필수 생계비 비중이 가처분소득의 80% 안팎에 달한다는 점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핀셋 지원이 더 두텁고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재정 악화를 고려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난방비를 지원하자는 것은 포퓰리즘 정책일 뿐이다. 과도한 현금 살포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되레 민생 부담을 더 키우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7조 2000억 원의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을 포함한 3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나선 조경태 의원도 전 국민 대상의 난방비 지원을 위한 6조 4000억 원의 추경 편성을 주장했다. 추경을 통한 중산층 등에 대한 연료비의 보편적 지원은 에너지 절약 의지를 꺾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무분별한 현금 살포 정책을 통해 5년 동안 국가 채무(D1)를 400조 원 넘게 늘려놓았다. 나라 곳간을 털어 미래 세대에 짐을 떠넘기는 잘못을 더 반복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상습적 추경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서민들의 물가 고통만 되레 가중시켰던 구태를 반성해야 한다. 정부는 취약 계층 지원을 서두르되 지나친 돈 풀기는 자제해야 한다. 또 연료비 폭등을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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