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유력한 당권 주자인 안철수 후보가 6일 공개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윤안(윤석열·안철수)연대’ 발언으로 대통령실과 정면 충돌한 지 하루 만에 잠행을 택한 것으로, 전당대회 선거전이 집안싸움으로 변질되는 모양새다. 전당대회가 한 달가량 남은 상황에서 선을 넘는 경쟁이 이어지면서 당 대표가 누가 되더라도 내년 총선을 이끌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후보는 이날 아침 라디오 인터뷰 뒤 공개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안 후보는 “상황 점검 및 정국 구상을 위해 일정을 조정한다”며 당초 예정된 소외 계층 무료 급식 봉사와 방송 인터뷰를 순연했다. 안 후보는 7일 전당대회 후보들의 비전 발표회에는 참석할 계획이다.
안 후보는 숨을 고르며 선거 전략을 재정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는 ‘범친윤’을 표방하며 핵심 친윤계와 비윤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지만 대통령실과의 갈등이 노출되면서 ‘윤석열 정부 연대보증인’이라는 핵심 구호가 애매해졌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네거티브에 해명을 하니 (대통령에게) 맞서는 것처럼 보인다. 안철수만의 노선으로 가야 한다”며 “정책 선거 모드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도 확전을 피했다. 그는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의 지적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는 되지 않지만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노력할 계획”이라며 윤핵관 표현을 더는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불만 피력이 오히려 전당대회에 윤심의 그늘만 키웠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통령실은 “안 후보가 대통령을 선거전에 끌어들이는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요지로 설명했지만 이례적인 의중 표현이 총선 비전, 정책 구상의 설 자리를 빼앗았다는 평가다. 또한 당권 주자들이 선거 공정성에 대한 불만을 잇따라 제기하면서 누가 당선되든 결과에 승복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만일 김기현 후보가 패배한다면 윤핵관들의 입지는 물론 그 불씨가 대통령실에까지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상현 후보는 “이대로 가면 전당대회가 ‘분당 대회’가 될 수 있다”며 “비상대책위원회 등은 정도를 넘어선 대통령실이나 의원들에게 경고나 징계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당권을 놓고 벌이는 이판사판 싸움에 민심이 정말 싸늘하다”면서 “민생은 내팽개치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한데, 내년 총선도 결과는 뻔하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안 후보가 친언론노조 행적을 보였다는 주장과 관련해 “입장 표명에 주저하거나 회피로 일관한다면 후보직 사퇴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다만 대통령실의 공세에 분리 대응하고 있다.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에 이어 안 후보까지 핍박받는 구도가 형성된 상황에서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김 후보는 나 전 의원과의 연대로 지지율 정체 구간 탈출을 모색하고 있다. 김 후보는 일부 초선 의원들과 전일 강릉으로 가족 여행을 떠난 나 전 의원을 따라 내려가 연대 의사를 피력했으며 나 전 의원 비판 연판장에 이름을 올렸던 초선 의원 일부는 이날 나 전 의원을 직접 찾아가 사과와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틀 연속 나 전 의원을 만난 한 초선 의원은 “강릉에서 (지금 전당대회에서) 빠져버리면 더욱 어려워지니 어느 후보 쪽이든 결정해서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전해드렸다”며 “나 전 의원이 나선다면 대상은 김 후보가 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장제원 의원도 나 전 의원을 향해 “함께 손잡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당무 개입 논란에 “선거 개입은 명백히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연대를 이야기하는데 ‘연대가 없다’는 사실은 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팩트에 관한 문제”라며 “대통령도 한 달에 300만 원의 당비를 낸다. 당원으로서 대통령은 할 말이 없을까”라고 반문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후보들의 발언이) 도가 지나칠 경우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라며 “대통령·대통령실도 당무에 관한 의견은 얼마든지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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