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헬스케어 산업에서 디지털 역량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요소가 될 것입니다."
한호성 디지털헬스케어연합포럼 회장(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은 6일 서울경제와 만나 "인공지능(AI)을 필두로 빅데이터·블록체인 등 정보통신기술(ICT) 혁신이 의료 현장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을 빠르게 변화시킬 것"이라며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서라도 (의료계의)디지털 전환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 회장은 전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칼잡이(외과의사·surggeon)'다. 배를 가르는 대신 배에 작은 구멍 3~4개만 뚫고 몸 밖에서 기구를 조작해 장기 일부를 절제하는 복강경 수술로 간암, 췌장암 등 소화기 분야 수술의 새 역사를 썼다. 지난해에는 소화기 복강경·내시경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갖는 미국 학회로부터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SAGES 국제 앰배서더상’을 수상했다.
외과 의료 현장에서 혁신을 만들어 온 그는 2020년부터 디지털헬스케어연합포럼을 조직해 이끌고 있다. 포럼은 2017년 빅데이터헬스케어 컨소시엄이 전신으로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유일한 산·학·연·병 협의체다. 의료계 뿐 아니라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등 정부기관, 네이버·카카오 등 IT 기업, 휴레이포지티브 등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연 4회 정기 세미나를 열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글로벌 기업들의 최신 동향을 공유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한 회장은 "임상 의사들끼리만 교류하는 것이 아니라 IT 분야 학자,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만나다 보면 시너지가 크겠다는 생각에 작은 모임을 추진한 게 시작이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비대면 진료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처럼 영화 속에나 등장할 법한 ICT 혁신 기술이 의료현장을 빠르게 바꿔놓고 있어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 회장이 디지털헬스케어연합포럼을 3년 가까이 이끌며 절감한 것은 무엇보다 ‘선점’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한 교수는 "이제는 패스트팔로워가 아닌 퍼스트무버만이 생존 가능한 시대"라며 "헬스케어 분야에서 대한민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거머쥐려면 인공지능(AI) 등 ICT 분야 혁신 기술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의료계의 디지털 전환이 늦어지면 산업 주도권을 빼앗길 뿐 아니라 제한된 의료자원 문제를 해소하지 못해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디지털헬스케어연합포럼은 퍼스트무버를 육성하기 위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포럼이 강원테크노파크와 함께 추진한 강원국가혁신클러스터는 2018년부터 4년간 총 42개 기업을 유치하며 국내 디지털헬스케어 혁신 거점으로 자리잡았다. 강원국가혁신클러스터 육성사업은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지리적 근접성을 갖춘 주요거점을 연계, 신산업 육성과 투자 활성화를 통해 지역 신성장 클러스터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디지털헬스케어연합포럼은 강원국가혁신클러스터 추진단과 함께 수도권 기업을 강원도로 적극 유치해 R&D 26개사, 비R&D 70개사를 지원했다. 이곳에서 탄생하 기업들은 대부분 ‘최초’ 타이틀을 쥐고 있다. 아이센스(099190)는 국내 최초 자가혈당관리 연속혈당측정기 시스템(CGMS) 개발에 성공했고, 메쥬는 패치형 심전계 '하이카디'를 개발해 지난해 국내 첫 웨어러블형 조합의료기기 식약처 인증을 받았다. 한 회장은 “강원국가혁신클러스터의 성과를 보고 부산테크노파크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기관으로부터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며 "새로운 성공모델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민·관 전문가들이 도출한 방안이 정부의 디지털헬스케어 육성 정책에 반영되고 국내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나오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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