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후 계획도시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기 위해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와 용적률 상향, 인허가 절차 단축을 내건 특별법을 공개했다. 공동주택 한 곳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진행하던 기존 도시정비법과 달리 다수의 단지를 묶어 도시를 정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7일 발표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중앙정부(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긴밀하게 협업하는 정비 추진 체계를 담았다.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로 국토부는 1기 신도시 정비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법안을 준비해왔다.
사업 진행을 위해 필요한 첫 단추인 정비 기본 방침과 정비 기본 계획은 각각 국토부와 지자체가 투트랙으로 마련한다. 국토부는 정비사업의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고 기반시설의 확보, 선도지구 지정의 원칙 등을 담은 정비 기본 방침을 세운다. 이와 동시에 시장·군수(기초단체장)는 특별정비구역 지정 계획과 특례 적용 세부 계획 등을 담은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도지사(광역단체장)의 승인을 받아 확정한다. 특별정비구역은 원칙상 하나의 사업시행자가 사업을 추진하며 이를 지원하는 총괄사업관리자 제도도 도입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번 특별법에는 주민과 지자체의 목소리를 충실하게 반영했다”며 “기본 방침과 기본 계획을 투트랙으로 수립하고 선도지구를 지정하는 등의 내용은 국민께 드린 약속을 지키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대 특례’로 정비 동력 키운다=기본 방침과 기본 계획을 토대로 특별정비구역에 지정되면 각종 특례가 적용된다. 우선 재건축 안전진단을 면제받을 수 있다. 광역교통시설 등 대규모 기반시설을 확충하거나 기업 유치 등으로 자족 기능을 높이는 경우다. 면제를 위한 세부 요건은 향후 마련되는 하위 법령(대통령령)에서 결정한다. 지자체장이 구조 안전성 비율을 현행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수준보다 낮추는 등 안전진단 수준을 완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용적률도 종 상향 수준으로 대폭 완화된다. 2종 일반주거지역을 3종 일반주거지역이나 준주거지역 수준으로 상향하면 용적률이 300%까지 높아지고 역세권 등 일부 지역은 최대 500%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준주거지역일 경우 상업지역으로 상향해 최대 1300%의 용적률을 받는 것도 가능해진다. 고영희 일산재건축연합회 회장은 “1기 신도시 가운데 중동·산본·평촌이 (법을) 가장 반길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동 신도시는 용적률을 법적 상한인 300% 가까이 쓴 노후 단지들이 많아 용적률을 500%까지 늘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길 것”이라고 환영했다.
다만 이론을 현실로 끌어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라고 국토부는 지적한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3종 일반주거지역인 곳을 준주거로 상향 조정하면 용적률 500%까지 가능하지만 정주 여건 등을 고려한다면 구현에 여러 제약이 존재한다”며 “(용적률은) 지자체가 주민 의견을 반영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리모델링의 경우에도 특별법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특별정비구역 내 리모델링 단지에 대해 현행(15% 증가)보다 가구 수를 늘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법적 상한선까지 세대수를 늘릴 수 있는 단지가 많지 않다”며 “면적이나 용적률 등을 고려할 때 가구 수 추가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특별정비구역에는 통합 심의 절차를 적용해 인허가에 투입되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로 했다.
◇대규모 이주·형평성 논란 고려=재건축 시기가 일시에 도래해 무분별한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주택 시장이 불안해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체계적인 이주 대책도 특별법에서 다룬다. 지자체가 이주 대책 수립 의무를 주도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며 이주 대책을 따로 담당하는 사업시행자를 지정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특혜 논란을 의식한 듯 특별법 적용 대상을 택지 조성 사업 완료 후 20년 이상 지난 100만 ㎡ 이상의 ‘노후 계획도시’로 넓혔다. 이에 따르면 1기 신도시는 물론 광주 상무1지구나 부산 해운대지구처럼 지방에 조성된 거점 신도시도 해당된다. 특별법 적용이 가능한 지역은 전국에 49곳이다. 정부는 면적이 100만 ㎡ 미만인 신도시도 인접 및 연접한 2개 이상의 택지 면적 합이 100만 ㎡를 넘는 다면 법 적용이 가능하도록 시행령을 만든다.
다만 일각에서는 선도사업지 지정 등을 포함한 하위 법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잡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짙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후순위로 밀린 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서 재정비사업에 대한 반발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선도사업지 선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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