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일 중앙통합방위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가짜 평화에 기대 민·관·군·경의 통합(방위)훈련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56차 중앙통합방위회의 모두발언에서 “중앙통합방위회의는 1968년 북한의 잦은 침투, 도발에 따라 비상치안회의로 시작한 이래 민·관·군·경의 총력안보태세를 점검하고 발전시켜 왔다”라며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 회의 규모가 축소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7년 만에 중앙통합방위회의를 주재했다. 중앙통합방위회의는 2017년 황교안 국무총리가 탄핵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신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주재했고 최근 3년 간은 서면보고나 화상회의로 대체해 진행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날 회의를 주재하면서 다시 대통령급 회의로 복원됐다. 윤 대통령은 “중앙통합방위회의가 대통령 주재로는 7년 만에 개최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매년 초에 제가 직접 회의 주재를 하겠다"고 말했다.
아날 회의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각 광역자치단체장, 국가정보원, 각 군, 경찰청, 해양경찰청, 소방청의 주요 직위자와 민간 전문가 등 160여 명이 참석했다. 야당의 탄핵소추 압박을 받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자리했다.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에서) 모든 국가방위전력을 하나로 묶고 국가를 방위하기 위한 범국민적 총력전 수행체제가 약화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급변하는 안보정세를 설명하며 확고한 대비태세를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현재 한반도와 이를 둘러싼 역내외 안보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라며 “7차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은 북한의 전략적 도발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비대칭 도발과 사이버 공격, 다양한 테러 위협이 커지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안보 정세도 요동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처럼 급변하는 안보 환경은 우리에게 발생 가능한 모든 위험에 맞서는 실질적인 대응 태세를 요구하고 있다”라며 "다양한 북한 도발 유형에 맞춰 통합 방위에 빈틈이 없는지 점검하고 정부 비상 대비 체계를 정비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경제도 안보 위에서 있는 것”이라며 "안보는 군인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군경 주요 지휘관들과 정부 모든 부처와 광역단체장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국가방위를 위해 힘을 모아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라며 “엄중한 시기에 한치의 허점도 용납하지 않도록 통합방위훈련을 제대로 시행하고 공직자들이 의식과 자세를 확고히 견지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회의 주재 배경에 대해 "최근 북한이 우리를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핵 선제공격 의지를 노골적으로 과시하는 한편, 무인기·테러·사이버 공격 등으로 국민 생활안전 위협이 점증하는 등 엄중한 안보상황에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나 된 국가 총력 안보태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정원의 안보정세 보고, 통합방위본부의 군사대비·통합방위태세의 추진성과 및 올해 추진 방향 발표가 이뤄졌다. 또 북한·핵·미사일 위협, 고강도 도발 대비 대응역량 강화 및 국민보호 대책, 테러·사이버 위협 대비태세 및 역량 강화방안을 주제로 토론도 진행됐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제주도청, 육군 35·56사단, 전북경찰청, 고리원자력본부 등 5개 기관에 대통령 표창을 수여하며 국가방위요소 운영과 통합방위태세 확립에 기여한 공로를 치하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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