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스트레인지 러브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가 아닙니다. 1964년에 개봉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힌 한 미국의 공군 장군이 등장합니다. 그는 소련이 미국인의 혈통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망상에 빠져 미국 대통령도 모르게 핵폭격기를 소련을 향해 출격시킵니다. 그 이후 벌어지는 어마어마한 해프닝에 관한 블랙 코미디입니다.
지난주 미국에서 한 공군 장군이 부하들에게 전달한 메모가 워싱턴 정가를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그 내용은 “내가 틀렸으면 좋겠지만 내 직감에는 2025년에 미국과 중국이 전쟁할 것이다” 였습니다. 과연 이 장군의 메모도 그냥 웃어 넘길 일일까요. 최근 중국 정찰 풍선을 둘러싼 미중 간의 공방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군의 움직임을 보면 웃을 일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마이클 미니한, 미국의 4성장군이자 현재 공군기동사령부의 수장입니다. 인도태평양사령부 참모장을 지낸 아시아 전략통이기도 합니다. 미니한 장군이 2년 후 전쟁을 예측한 배경에 2개의 선거가 있습니다. 바로 2024년 대만 총통 선거와 미국 대선입니다. 미니한 장군은 대만 총통 선거가 중국을 자극할 것이며 미국 대선 직후 미국 내부가 어수한 할 때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수 있는 적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물론 백악관과 국방부는 이를 재빨리 진화했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전쟁’이 아닌 ‘경쟁’을 하려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주요 인사들이 중국과의 전쟁을 예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21년 당시 인도태평양사령관이던 필립 데이비슨은 중국이 6년 안에 대만 침공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2027년을 미중 전쟁의 시한으로 제기한 겁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지난해 모호하긴 하지만 의미심장한 말을 했습니다. "중국이 기존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른 시간표로 대만을 장악하기로 결심했다"는 발언입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력적 수단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말보다 더 중요한 건 행동입니다. 최근 미군의 움직임을 보면 중국과의 전쟁이 정말 허황된 소설로 보이질 않습니다. 굉장히 전략적으로 미군을 중국과의 전쟁에 맞춰 재편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루손 지역의 추가 미군 기지 확보 △일본 오키나와 해병대의 해병연안연대(MLR) 전환 ▲태평양 괌에 해병대 기지 캠프 블라즈 재가동 등이 모두 주목되는 움직임입니다. 이번주 워싱턴 24시는 미중 전쟁을 대비하는 미국의 움직임을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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