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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만 먹던' 김성태, 태국까지 식자재 공수작전 펼친 쌍방울 임직원

외로움 느끼자 '한인협회장' 붙여주기도

검찰 수사 전부터 전사적 증거인멸 작업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월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공동취재




횡령·배임, 대북송금 등 의혹을 받고 있는 쌍방울그룹의 임직원들이 김성태 전 회장의 지시 아래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회장을 지키기 위해 영화를 방불케 하는 증거인멸 작업이 1년 가까이 지속되는 한편, 한식 밖에 먹지 못했던 김 전 회장에게 임직원들이 한국에서 김치 등을 직접 챙겨 태국으로 가져가는 등 식재료 공수작전도 이뤄졌다.

8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쌍방울 임직원 12명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사전에 포섭한 수원지검 검찰수사관으로부터 쌍방울에 대한 압수수색이 임박했음을 눈치채고 2022년 5월 임직원의 도움을 받아 부랴부랴 해외로 출국했다. 이후 임직원들은 한식 밖에 못 먹던 김 전 회장이 태국에서 도피 생활 중 어려움이 없도록 김치, 고추장, 젓갈, 굴비 등 필요한 음식물과 생활용품을 한국에서 담아 전달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회장은 한인식당에선 자신을 알아볼까봐 이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쌍방울 측은 도피 생활을 하면서 친구나 지인을 만나지 못했던 김 전 회장을 위해 태국 한인협회장 A씨를 붙여주기도 했다. 이후 A씨가 한국에 들리자 쌍방울 측 임원은 직원에게 “회장님 해외 뒷바라지하는 친구인데 한 달간 한국에 옴..회장님이 돈두받지말구 우선적으로 무조건 다 해주라하심”이라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도피 생활 내내 매일 골프를 즐기며, 생일에는 유명가수 초대 하에 고급양주와 음식이 마련된 성대한 파티를 연 것으로 공소장에 기재됐다.



공소장에는 쌍방울이 전사적 차원에서 김 전 회장의 범죄를 숨긴 정황이 담겼다. 김 전 회장은 2021년 10월 언론에서 ‘쌍방울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법인카드와 차량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취재 중이라는 소식을 접한 뒤 “문제가 될 만한 부서의 컴퓨터를 미리 정리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수차례 지시했다. 이에 임직원들은 일사천리로 법인카드 내역이 담긴 PC 하드디스크를 파쇄하거나 교체하는 방식으로 증거를 인멸해간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11월 관련 내용이 보도되자 김 전 회장의 친동생이자 그룹 부회장인 김모 씨(구속기소)는 형으로부터 “이화영 법인카드 사용 관련 자료가 있는 업무관련자들의 PC를 교체하라”는 지시를 받고, 임직원들을 불러 모아 PC 교체작업 등 구체적인 증거인멸 방법을 논의했다고 한다.

당시 이러한 작업을 알지 못했던 재경팀 직원이 출근해 업무를 하자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구속기소)이 “오늘은 그만 퇴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직원이 버티자 김 씨가 나서 “빨리 나가라고 그래”라며 고성을 질러 사무실 밖으로 쫓아 보냈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이후 주말 동안 쌍방울 법인카드 사용 관련 자료가 저장된 PC는 모두 새제품으로 교체됐고, 기존 PC에 들어있던 하드디스크는 스크래치를 내는 방식으로 파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듬해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쌍방울의 수상한 자금흐름을 찾아 검찰에 관련 내용을 넘겼다는 보도내용이 나오자 쌍방울 임직원들을 재차 PC 교체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쌍방울 측은 자사의 배임·횡령 사건을 수사 중인 수사관으로부터 영장 등 수사기밀을 확보하기도 했다. 같은 해 6월 해당 수사관으로부터 압수수색이 임박했다는 기밀을 접한 뒤에는 김 전 회장과 방 부회장 등 임원들의 형사 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증거인멸이 이뤄졌다. 또 수사관으로부터 수사기밀을 획득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관련 작업을 했던 복합기를 숨기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 쌍방울 그룹 콘도, 리조트, 골프 회원권 등 이용내역 자료들을 직원들 집으로 보내 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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