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세계 곳곳에서 ‘호주 와인 마시기’ 캠페인이 벌어졌다. 미국·영국 등 30개국 의원들이 참여한 ‘대(對)중국 의회 간 연합체(IPAC)’ 회원들은 호주산 와인을 마시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앞다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백악관 행사에 호주산 와인을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이 호주산 와인에 최대 212%의 반덤핑 관세를 매기는 등 무역 보복을 가하자 이를 자유 진영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호주 지키기’에 나선 것이다.
2020년 4월 스콧 모리슨 당시 호주 총리가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조사를 천명하면서 중국과 호주는 무역 갈등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호주는 중국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고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 사업도 불허했다. 중국은 대중 수출 의존도가 40%에 달하는 호주를 겨냥해 보복 카드를 동원했다. 호주산 육류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보리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심지어 호주 유학과 여행에 ‘위험’ 딱지까지 붙였다.
하지만 석탄 부족으로 전력난에 직면한 중국은 2021년 10월 호주산 석탄 수입을 일부 재개해야만 했다. 호주는 인도 등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미국·영국과의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에 참여하면서 중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았다. 호주가 ‘할 말은 하는’ 외교정책을 고수해 중국의 보복 조치를 무력화한 셈이다.
중국과 호주 정부가 최근 2019년 이후 처음으로 고위급 무역회담을 열어 통상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양국의 경제·무역 관계를 정상 궤도로 되돌리는 단계”라고 밝혔다. 호주산 제품에 대한 중국의 금수 조치가 조만간 해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호주의 단호하고 일관된 대응으로 무역 보복에 따른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기술 초격차 확보와 수출 시장 다변화 등을 통해 중국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의 부당한 압력에 맞서 주권과 국익을 지켜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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