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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원장들 압박에…문 닫는 '유치원판 블라인드'

[원앤집 서비스 종료 공지]

부정평가 받은 원장 항의 잇따라

교사 후기 5만건 등 자료 삭제

유아교사 "큰 도움 받아 아쉬워"

업체 "사업방향 고민 차원 결정"

원앤집 애플리케이션 화면 캡처




유아교사들이 가입해 활동하는 익명 커뮤니티가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고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알리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아교사들이 작성한 게시글에 일부 유치원 원장들이 항의하는 일이 잇따르면서 결국 강제로 서비스가 중단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9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유치원·어린이집 교사들의 ‘블라인드’로 불리던 익명 커뮤니티 ‘원앤집’이 이달 28일부터 모든 서비스를 종료하고 서버에 저장된 모든 정보를 삭제할 예정이다. 원앤집은 전·현직 유아교사들이 유치원·어린이집에 직접 근무하면서 후기를 남기고 다른 교사들과 공유하는 익명 커뮤니티 서비스다. 서비스 운영 업체에 따르면 해당 애플리케이션에는 전국 유치원·어린이집 등 기관에 대한 리뷰가 약 5만 건 가까이 저장돼 있다.

유아교사들은 전국 유치원·어린이집 등 근무지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황에서 원앤집에서 연봉, 근무 환경 및 처우 등을 공유하며 큰 도움을 받아왔다고 말한다. 일하고 싶은 유치원·어린이집에 대한 내부인의 평가를 미리 확인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교사 이 모(26) 씨는 “식재료로 장난치는 곳이라든가, 원장이 아이들을 돈으로만 보는 곳에서 누가 일하고 싶겠느냐”며 “입사를 준비하던 시기부터 지금까지 자주 이용하면서 다른 어린이집의 분위기를 살피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앤집 앱에는 “원장·원감은 물론이고 동료 교사까지 갑질이나 텃세가 굉장하다” “최악이다. 지난 1년간 매일 울며 정말 힘들게 일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있다. 근무 환경이 좋지 않은 어린이집 및 유치원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도망치라”고 언급한 사례까지 있다.

서울의 한 유치원에서 일하는 20대 여성 김 모 씨는 “같은 지역에 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원장들끼리는 ‘유아교사 블랙리스트’를 공유할 정도로 가깝게 지내기 때문에 원장 한 명에게 찍히면 해당 지역 내 다른 유치원에는 취업을 못한다고 보면 된다”면서 “내부 고발이 불가능할 정도로 폐쇄적이고 노조도 없는 근무 환경에서 유아교사들이 원앤집에서 정보를 공유해왔는데 이제 소통 창구마저 없어진다니 갑갑하다”고 밝혔다.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일부 유치원·어린이집 원장들은 부정적인 평판의 글을 확인한 후 게시물 작성자와 원앤집 측에 연락해 글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악의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고소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아교사들은 원앤집의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이 원장들의 항의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어린이집 교사 박 모(29) 씨는 “원장들이 ‘리뷰 지워달라’ ‘(글 작성자와 앱 업체를) 고소하겠다’고 쓴 글이 하루에도 몇 개씩 올라왔다”며 "이런 원장들의 압박 때문에 서비스를 갑자기 종료하게 된 것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원앤집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원장들의) 리뷰 삭제 요구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모두에게 열려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다양한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회사 사업 방향을 고민하는 차원에서 내부적인 검토를 통해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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