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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맥 임산부에 '방사선 제로' 시술…국내 첫 1000회

[메디컬 인사이드] 임홍의 한림대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부정맥 시술 엑스레이 영상 사용

방사선 노출 부담에 시술 포기도

임 교수, 심장초음파 활용해 치료

방사선 없는 부정맥 시술 앞장서

'냉각풍선도자절제술'에도 적용


"선생님, 오랜 기간 고생하다 힘들게 얻은 아이에요. 우리 아이도, 아이 엄마도 꼭 지키고 싶습니다. "

2021년 3월 임신 25주차의 서제경(31)씨를 실은 구급차가 한림대성심병원에 도착했다. 정상적인 성인의 심장박동 수치는 분당 60~100회 사이다. 우심방에 있는 동방결절에서 1분에 약 60~100번 만들어진 전기자극이 심방을 거쳐 심방과 심실사이에 있는 방실결절을 지나 심실로 흘러 들어간다. 하지만 서씨는 심장이 분당 210회 이상으로 뛰었다. 비정상적으로 빠른 맥인 심실빈맥이었다. 심실빈맥 환자는 심장이 지나치게 빨리 뛰어 계속 수축만 하고 이완되지 못해 심실 안에 충분한 양의 혈액이 모이질 않는다. 임홍의 한림대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장에서 전신으로 원활히 혈액을 내보내지 못한 채 파르르 떠는 상태가 지속될 경우 혈압이 심각하게 떨어지면서 현기증, 실신 등을 유발한다"며 "부정맥 중에서도 심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치명적인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임홍의 한림대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심방세동을 치료하는 부정맥 시술방법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양=오승현 기자




서씨는 20대 초반부터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로 심한 어지럼증에 시달렸다. 원인을 알지 못한 채 공황장애 약물을 7년 동안 먹어가며 힘든 세월을 보냈다. 2020년 결혼해 그토록 바라던 임신에 성공했지만 임신 20주가 넘어서자 어지럼증이 심해지고 실신하는 일도 잦아졌다. 앉기는 커녕 침대에 누워서만 생활하고, 자면서도 온몸이 떨리면서 의식이 희미한 증상이 나타났다. 순환기 내과를 찾아 검사한 결과 어지럼증의 원인이 심실빈맥이었음을 알게 됐다. "당장 심장이 멈춰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라 부정맥 시술을 받아야 한다"는 의료진의 소견을 들었지만 부부는 주저할 수 밖에 없었다. 부정맥 시술은 대개 엑스레이 투시 영상의 도움을 받아 이뤄져 산모와 태아에게 막대한 방사선 노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동안 "아이보다는 엄마의 생명을 선택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까지 들었다는 부부. 한림대성심병원에서 희망을 찾았다.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고 부정맥 시술이 가능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임홍의(오른쪽) 한림대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의료진 대상으로 부정맥시술법을 교육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림대성심병원


임 교수는 엑스레이 투시 영상 없이 '방사선 제로' 부정맥시술을 시행했다. 환자의 허벅지 정맥을 통해 심장 내 초음파(ICE·Intracardiac Echocardiography)를 심장 내에 위치시킨 다음, 심장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부정맥 원인 병소를 찾아 치료하는 방식이다. 산모와 아이를 위해 조영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 수면내시경검사와 같은 방식의 수면진정 상태로 시술을 진행했다. 결국 두 생명 모두 지켜내면서 국내 최초로 방사선 노출이 전혀 없는 부정맥 시술에 성공했다. 서씨는 시술 후 심장이 70% 가까이 회복되어 혈압이 정상범위로 올라왔고, 어지럼증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임 교수는 국내 유일한 프록터(심장 내 ICE 시술법을 전파·관리·감독하는 공인 지도전문가) 자격 보유자다. 2019년 1월 한림대성심병원에 합류한 이래 3000례가 넘는 부정맥 시술을 시행했다. '방사선 제로' 부정맥시술은 첫 성공 후 1년만인 2022년 3월에 1000례를 넘겼다. 그만큼 방사선 노출을 피해 부정맥시술을 받으려는 환자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임 교수는 같은 해 12월 심방세동 최신 시술법인 '냉각풍선도자절제술'로 국내 최초 1000례 돌파 기록을 세웠다. 그동안 약물로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심장의 구조적 문제를 동반한 심방세동 환자들에겐 주로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이 시행됐다. 심장 내에 전극 도자(카테터)를 위치시킨 다음 라디오 주파전류를 방출해 국소적인 조직괴사를 일으켜서 부정맥 발생부위를 없애거나 비정상적인 경로를 차단하는 치료법이다. 2018년 국내 도입된 냉각풍선도자절제술은 폐정맥 입구를 특수 고안된 풍선으로 막고 영하 80~90℃까지 얼려 조직을 괴사시키는 원리로 부정맥을 치료한다. 레이저·고주파를 이용하는 기존 시술과 달리 냉각에너지를 사용해 안전성이 뛰어나고, 시술 시간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약물치료만으로 효과를 보지 못했던 부정맥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상당량의 방사선 노출이 불가피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임 교수는 냉각풍선도자절제술을 ‘방사선 제로’ 방식으로 수술하는 데 도전했다.



임홍의 한림대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방사능 제로’ 냉각풍선도자절제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림대성심병원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도 드물지만 냉각풍선도자절제술을 방사선 노출 없이 시행하는 건 국내에서 임 교수가 유일하다. 임 교수는 “엑스레이 투시 영상의 도움을 받으면서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을 시행할 경우 환자는 평균적으로 엑스레이 1000장을 1시간 동안 찍는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되고, 냉각풍선도자절제술은 엑스레이 3000장을 찍을 때의 방사선 노출량과 맞먹는다”며 “방사선 노출에 대한 염려 때문에 시술을 미루거나 임신한 부정맥 환자가 아이를 포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방사선 제로’ 시술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그를 찾는 환자는 대부분 절대적으로 방사선 노출을 피해야 하거나 위험요소가 높아 시술난도가 높은 환자들이다. 한림대성심병원에서 한해 평균 시행되는 부정맥 시술 500여 건 중 '방사선 제로' 시술이 70%에 달한다, 다른 의료기관에서 시술 권유를 받고 전원된 환자가 절반이 넘는다. 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통틀어 ‘방사선 제로’ 냉각풍선도자절제술이 가능한 시술자가 없다 보니 각국에서 시술법을 교육해 달라는 러브콜이 끊이질 않는다. 그는 "심장 내 초음파를 활용하면 방사선 노출 없어 임산부는 물론 방사선 노출에 취약한 환자들도 부정맥 시술이 가능하다"며 "고령이면서 시술에 부담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들도 안전하게 부정맥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더욱 연구하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메디컬 인사이드’ 코너는 보건의료계에서 주목받는 의료진과 병의원의 활약상을 전달하는 연재물입니다. 임상연구·개발과 진료 등의 영역에서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의료진과 만나 숨겨진 이야기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또한 의료기관 내 다양한 진료과와 부서 차원의 협력을 통해 의료계 변화를 선도하는 센터를 직접 찾아가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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