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북한 4대 지도자가 될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김주애는 앞서 네 차례 군 관련 행사에 등장한 데 이어 이달 8일 조선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기념해 열린 열병식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나타난 김주애는 특히 주석단 귀빈석에 앉아 열병식을 직접 지켜봐 4대 후계설이 한층 부각됐다.
통일부는 10일 김주애 후계설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효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후계 구도를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통일부는 특히 북한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에 실린 사진 등을 볼 때 북한이 김주애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연출한 것으로 판단하고 앞으로 관련 동향을 지켜볼 방침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전날 보도한 열병식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가 아닌 김주애의 손을 잡고 레드카펫을 걸으며 주요 부대 군기를 사열했다. 이후 김주애는 주석단 귀빈석에 앉아 김 위원장과 열병식을 관람했는데 부친 얼굴을 스스럼없이 쓰다듬는 모습을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이른바 ‘백두 혈통’ 지위를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북한 매체들은 김주애를 ‘사랑하는 자제분’ ‘존경하는 자제분’이라고 지칭했다.
외교가에서는 김주애가 김 위원장의 뒤를 이어 북한 4대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과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회의적인 의견이 엇갈린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으로서는 딸 김주애를 조기에 후계자로 내정해 공개하는 게 실보다는 득이 더 많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며 “김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된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후계 문제에 대한 근거 없는 억측이 발생할 소지가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교 전통이 강한 북한에서 김 위원장이 딸을 후계자로 정했을 리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을 열 번 이상 가봤지만 여성의 위치로 지도자가 될 수 없다”며 “북한이 김주애를 통해 선전 선동에 나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남성 위주의 북한 사회에서 여성 지도자가 등장하는 것은 아직 이른 감이 있다”면서 김주애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의 첫째 아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김여정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