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작 '타이타닉'이 지난 8일 개봉 25주년 기념 4K 리마스터링을 통해 관객 곁을 다시 찾았다. 1998년에 나온 작품임에도 재개봉 첫날 국내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고 재개봉작 오프닝 스코어 1위를 기록하는 등 여전한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인기에 힘입어 '타이타닉'에서 우아하고 아름다운 부자 아가씨 '로즈'를 연기한 배우 케이트 윈슬렛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한다.
인간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고통을 마주한다. 때로는 더 이상 못 견딜 만큼 지치고 아프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삶을 살아간다. 드라마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Mare of Easttown)'은 주인공 메어(케이트 윈슬렛)와 이스트타운 주민들의 삶을 통해 고통과 치유의 과정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2021년 미국 HBO에서 방영된 7부작 드라마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은 이스트타운이라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형사 메어가 마을에서 벌어진 실종 사건과 살인사건을 수사하면서 마을의 비밀이 점차 드러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타이타닉'으로 세계적 스타 반열에 오른 케이트 윈슬렛의 두 번째 미국 드라마 주연작이다.
이 작품은 제73회 에미상 시상식 1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여우주연상을 포함해 총 4개의 트로피를 수상했고, 제7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TV 미니 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 수상 및 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미국 배우 조합상 등 유수의 시상식을 사로잡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작품은 평화로운 작은 마을 이스트타운의 모습과 구성원들 삶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겉보기에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듯하지만 각자 아픔을 가지고 있다. 메어는 친아들이 자살해 먼저 세상을 떠났고 미혼모 에린은 돈이 없어 자식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 배우자의 외도, 마약에 중독되어 사고를 치고 다니는 가족, 자식의 실종 등 마을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이스트타운 전체를 관조하듯 진행되던 1화는 에린의 시체가 발견되고 중년의 형사 메어가 사건을 맡게 되며 끝이 난다. 사건의 시작으로 탄력을 받은 이야기는 메어의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은 현란한 액션 신이나 추격 신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범죄물과는 다르다. 오히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느낌이다. 현실적인 수사 과정을 보여주어 현장감과 몰입감을 높인다. 인물의 심리 묘사도 치밀하다. 지나치게 잔인한 살인 묘사와 같은 자극적인 연출보다는 인물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긴장감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낸다.
후반부 전개는 아쉬움이 남는다. 작품에서는 메어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플롯과 마을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플롯이 함께 진행된다. 장르물이면서도 휴먼 드라마인 셈이다. 하지만 후반부에 '반전을 거듭하는 범인의 정체'에 지나치게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장르의 모호함이 생긴다. 반전에 집착하다 보니 개연성도 떨어진다. 살인사건의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은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작품을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은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에서부터 온다. '타이타닉' 로즈의 모습을 생각했다면, 그가 연기한 메어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당신을 놀라게 할 것이다. 맨 얼굴과 다크서클, 얼굴 곳곳에 묻어있는 세월의 흔적까지. 그는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을 잃고 슬픔에 잠긴 채 살아가는 메어를 현실감 있게 그리고자 모든 보정을 거부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메어의 공허한 표정과 눈동자도 감탄을 자아낸다. 힘을 뺀 연기라서 더욱 인상 깊다. 그렇다고 해서 메어가 트라우마에만 갇혀 사는 평면적인 캐릭터로 그려진 것은 아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면서도 형사로서 사건을 해결하며 마을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하기도 하고 새로운 연인과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크고 작은 불행을 마주하면서도 결국 계속해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과 닮아있다.
범죄물이지만 강렬한 서스펜스가 난무하는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잔잔하고 담담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신선하게 느껴지고, 작품의 메시지가 더욱 와닿는다. 무엇보다도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는 독보적이다. 작품이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그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드라마를 끝까지 정주행 할 가치가 있다. '타이타닉' 속 로즈와는 또 다른 모습의 케이트 윈슬렛을 만나보시길.
■시식평 : 케이트 윈슬렛이 사연 많은 중년의 형사라니, 안 볼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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