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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오피스' 맑은 눈의 광인은 왜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을까? [SE★초점]

인턴기자들이 본 'SNL코리아 - MZ 오피스'

'SNL 코리아' 코너 'MZ 오피스' / 사진 = 쿠팡플레이 유튜브 채널 캡처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예능 ‘SNL 코리아 시즌 3’가 최근 인기리에 종영했다. 프로그램 속 여러 코너 중 단연 눈길을 끈 건 ‘MZ 오피스’ 다. 코너는 ‘맑은 눈의 광인’, ‘젊은 꼰대’ 등 독보적인 캐릭터를 탄생시켜 화제를 일으켰다.

‘MZ 오피스’는 신세대로 불리는 MZ세대 직원들의 회사 생활 이야기를 풍자적으로 그렸다. 사무실에서 브이로그를 촬영하는 직원부터 귀에 에어팟을 꽂고 일하는 불통의 신입사원까지, 그들을 회사 내 '빌런'과도 같은 존재로 묘사하는 게 주요 웃음 포인트다.

'요즘 젊은 애들과 비슷하다'라며 현실 고증을 잘했다는 반응이 대다수처럼 보이지만, 특정 세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개그의 소재가 된 MZ 세대는 "다 저러지는 않는다"라며 억울해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서울경제스타 인턴기자들이 직접 MZ세대 눈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짚어봤다. 이하 대화 형식.

'SNL 코리아' 코너 'MZ 오피스' / 사진 = 쿠팡플레이 유튜브 채널 캡처


*참여자 : 박주원 인턴기자, 조은빛 인턴기자

[은빛] ‘MZ 오피스’는 회사에서 일어날 법한 여러 일화를 조합한 형식이다. 작가들이 어떤 과정으로 콩트를 짰을지를 생각하게 된다. 개그 요소를 위해 캐릭터 설정을 극대화한 감이 있었다.

[주원]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된 사회 초년생들 무개념 사례들을 보고 재구성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디선가 들어봤던 이야기 같았다. 김아영 배우가 연기한 ‘맑은 눈의 광인’이라든지 강렬한 캐릭터들이 재밌어서 기억에 남기도 한다. 그런데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던 게 내가 MZ니까 ‘난 저러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도 했다.

[은빛] 당사자성을 가진 인턴사원으로서 고민할 만한 지점이 있었다. ‘귀에 에어팟을 꽂고 일해야만 능률이 올라간다’는 식의 김아영 사원 행동에 반응하는 다른 직원들의 속마음 내레이션이 나한테 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내 행동이 기성세대에게 ‘MZ세대’의 또 다른 행실로 읽힐까 봐 조심스러워졌다. ‘MZ 오피스’의 전반에 걸친 ‘역시 MZ 세대라서 그렇다’라는 식의 대사가 신경 쓰였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어디서 본 듯한 문제적 일화




[은빛] 코너 속 브이로그 장면이 탄생한 배경은 알겠다. 유튜브에 신입사원 브이로그가 많고, 실제로 주변에 회사 생활이나 아르바이트에서 브이로그를 찍는 친구들도 있어서 상상할 법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MZ 오피스’ 속 브이로그에서는 촬영자가 사무실 전체를 활보하고 다녀서 낯설었다.

[주원] 회사 생활을 아예 처음 해보는 입장이라 호기심에 브이로그 영상을 여럿 찾아봤다. 실제로 유튜브에 인턴 브이로그나 회사 브이로그가 많긴 하다. 개그 소재로 사용한 이유를 알겠다. 하지만 ‘MZ 오피스’에서 나온 모습은 많이 과장된 것 같다. 보통 회사 안에 들어가서는 영상을 다 안 찍더라. 기본적인 예의는 지킨다.



[은빛] 유튜브에서 화제가 됐던 면접 장면은 디지털 세대의 문해력 저하 논란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금일’을 금요일로 착각하거나 ‘심심한 사과’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실제 사례가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실제 사례를 그대로 재구성하면 현실 고증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장면은 다르다. 현실적이지 않았다. 직접 겪었던 실제 면접장에서는 잘 정돈된 말을 연습해 온 지원자들이 많았는데, ‘MZ 오피스’ 속 면접장은 바보들의 향연 같았다.

아무리 어린 학생이라도 일종의 시험 자리인 면접장에서까지 부족함을 드러내놓고 보이는 지원자는 없다. 연출 의도는 짐작이 가지만 수단을 잘못 선택했다. 디지털 세대의 문해력 부족으로 웃음을 자아내고자 했다면 문서 작업에서 엉뚱한 실수를 한다든지, 상사에게 반복적으로 질문하는 등의 방식이 차라리 적합했겠다. 면접장이라는 장소를 살리고 싶었다면 버벅거리면서도 말을 끝맺으려 노력한다거나, 티 내지 않으려 해도 긴장한 모습을 감출 수 없는 지원자들의 실수를 유머 요소로 활용할 수 있었겠다. 그랬다면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는 청년 세대의 공감을 샀을지도.

[주원] 동의한다. ‘SNL 코리아 시즌 1’ 주현영 인턴기자까지만 해도 ‘열심히 하고 싶지만 마음처럼 안 되는’ 사회 초년생들의 비애를 유머 요소로 잘 활용했다고 생각한다. 캐릭터에 대한 몰입과 응원이 가능했다. 지금은 사회 초년생을 표현하는 방식이 변질됐다. 면접 장면은 프로그램 통틀어 가장 비현실적이다. 당장 주변에 취업 준비생 친구들 이야기만 들어봐도 모두 회사 생활을 간절히 원하고 면접에 최선을 다한다.



[주원] “에어팟을 끼고 일해야 능률이 올라가는 편입니다.” ‘MZ 오피스’의 가장 대표적 유행어가 아닐까 싶다. 에어팟을 착용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업무 성향이 다른 거니까. 그런데 에어팟을 빼달라고 요청해도 무시하거나 불통의 모습을 보이는 건 당연히 문제다. 이런 장면으로 MZ 세대를 일반화하는 건 좀 억울했다. 이건 세대가 아니라 개인 인성 차원의 문제가 아닌가.

[은빛] 에어팟이야말로 대하는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큰 소재다. 단순히 에어팟을 착용하는 게 황당한 행동인 듯이 연출했다면 그에 대해 반응이 갈렸을 것이다. 제작진은 확실한 웃음을 위해 김아영 캐릭터를 과장하지 않았을까. 소재가 논란의 에어팟이다 보니 극단적으로 한쪽이 잘못인 상황을 설정해야 했을 듯하다.

[주원] 그래서 김아영 배우가 그렇게 맑은 눈을 뜨고 과장된 표정으로 연기했나 보다. 나는 에어팟이라는 소재에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 흔히 알려진 MZ의 개인주의적 성향을 보여주기 위해 넣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애들 얘기라더니, 10년 전에도 똑같던데요?




[은빛] 이 에어팟을 두고 김아영과 주현영이 줄곧 대립한다. 두 사람의 신경전이 ‘MZ 오피스’의 핵심 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무실 안의 사람들 중 가장 어린 두 여자 사원이 서로를 견제하고, 이를 지켜보는 남자 사원이 피로감을 느끼며 사직서를 품에 안는 모습에는 정형화한 인식이 담겨 있다.

[주원] 공감한다. 주현영과 김아영 캐릭터의 싸움은 여성이라서 극대화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여자들의 기싸움, 예전부터 흔히 들었던 표현이다. 그걸 그대로 콩트로 풀어낸 것 같다. 이건 좀 구시대적이지 않나?

[은빛] 어찌 보면 이는 성별 간 비교에서 공감을 자아내고자 하는 개그 프로그램의 유구한 방식이다. 비슷한 유형의 개그가 2010년에도 있었다. 여성과 남성의 다른 사고방식을 보여준다던 ‘남녀탐구생활’은 ‘재밌는 TV-롤러코스터’의 인기 코너였다. 그런데 ‘MZ 오피스’ 속 여성 사원들과 ‘남녀탐구생활’ 속 여자 직장인이 비슷한 모습이다. 이를테면 젊은 여자 직장인은 습관적으로 상사를 헐뜯는 일상을 일구고, 여성 사원들이 서로의 옷차림과 액세서리를 비교하며 마음속으로 상대를 판단한다는 내용이다. 십 년이 훌쩍 지난 과거의 프로그램 속 유머가 지금과 다르지 않다. ‘MZ 오피스’가 요즘 세대만의 특징을 그려낸 신선함을 표방하지만, 실상은 되풀이되는 미디어 속 편견을 복제하고 있다.

‘재밌는 TV-롤러코스터’ 코너 ‘남녀탐구생활’ 속 한 장면 / 사진=tvN 유튜브 채널 ‘디글 클래식’ 캡처


[은빛] 특별 출연자들을 활용함에 있어서도 이런 방식이 도드라졌다. 김슬기는 ‘욕 딜리버리 서비스’ 코너에서 ‘MZ 오피스’ 속 김아영에 대적하며 등장한다. 그는 김아영에게 이른바 ‘참교육’을 선사한다. 가수 예나 역시 주현영의 적대자로 등장하여 불만을 표하고 세 시간 만에 퇴사한다. 고수, 장근석, 박해수와 같은 남성 출연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일정한 시각으로 획일화한 캐릭터를 우스꽝스럽게 연기한다. 대체로 스스로를 신사적(비꼰대)이라고 여기며 자아도취하는 면모다.

[주원] 여자 직원은 어떻고 남자 직원은 어떻고, 이것 또한 일반화다. MZ 세대뿐만 아니라 특정 집단을 획일화하고 이를 재미로 소비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은빛] 주현영은 지난 1월 코스모폴리탄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대적하는 상대가 여자가 아니길 바라기도 했다”라고 밝힌 적 있다.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설정은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졌다.


■ ‘MZ 오피스’의 콩트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겉으로 들려주는 방식이 핵심이다. 솔직하다는 인상과 함께 언뜻 공감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 내레이션이 일방향적이라는 점을 간과하기 쉽다. MZ 세대 사원들이 황당하거나 이기적인 언행을 일삼으면 나머지 구성원은 모두가 마음 속에서 조롱의 언어로 반응한다. 에피소드를 거듭하며 반복되는 이 구조는 시청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속마음을 내뱉는 쪽에 이입하게 만든다. 이런 과정에서, MZ 사원인 김아영 캐릭터의 속마음은 잘 들리지 않는다. ‘순대 맛있겠다’, ‘비타민 보충’ 등 단순함을 보여주는 내레이션이 대부분이다.

미디어에서 트렌드는 돌고 돈다. 개그 프로그램의 경우 더욱 그렇다. 작가는 시청자의 관심사나 유행을 파악해 대본을 집필하고, 그렇게 개그로 표현된 코드가 다시 대중에게 닿아 영향을 준다. 트렌드를 반영해 기획한 프로그램이 또다시 트렌드를 이끌어내는 식이다. ‘SNL 코리아’의 ‘MZ 오피스’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MZ 세대를 둘러싼 대중적인 담론을 반영해 캐릭터를 구상했다. 그러나 캐릭터화한 MZ 사원들은 정작 현실의 젊은 세대와 다르다.

이제 ‘MZ 오피스’에서 새롭게 유형화한 MZ 사원 캐릭터들이 대중에게 읽힐 차례다. 경각심 없이 따라가다 보면 허상의 MZ에 공감하게 된다. 특정 집단을 묶어 바라보는 시선에 주의가 필요하다. 웃자고 만든 개그 프로그램 속 가벼운 유머일지라도, 안에 담긴 편견의 텍스트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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