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정치만 빼면 선진국이다. 주변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누구나 공감한다. 정치인만 빼고.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의 참모습은 아이들 보기에도 민망해 말하기조차 꺼려진다.
국민의힘 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 과정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민주적 정당정치인가를 의심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대통령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특정인들을 피하기 위해 당헌·당규를 개정하고 초선의원들을 동원해 집단적 린치를 가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그래도 대통령이 원하는 후보의 지지율이 높지 않으니 이제는 대놓고 대통령의 의중이 누구에게 있다는 것을 알린다. 지지율이 높은 상대 후보가 대통령과 연대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거나 ‘윤핵관’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어휘를 썼다고 같은 정당의 당원이고 후보인 사람을 ‘적’이라고 표현한다. 차라리 당헌·당규를 개정할 때 대통령이 당 대표를 지명하도록 할 일이지 뭣 때문에 경선을 치르는가 싶을 정도다. 이것이 공정과 상식을 회복하겠다는 집권 여당에서 보이는 행태다.
국회의 3분의 2 의석을 가진 최대 야당의 행태는 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심각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이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에 했던 행위로 인해 6~7건이 넘는 범죄 의혹을 받아 수사 대상이 됐다. 형사 피의자 신분이니 당연히 검찰에서 압수 수색을 하고 소환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두고 정치 탄압이라고 아우성이다. 정당에 대한 수사도 아니고 대표 신분으로 한 행위에 대한 수사도 아니다. 이미 공범들은 수사를 마치고 기소돼 재판 중인 사건도 있다. 말은 바로 하자. 야당 대표면 범죄를 저질러도 된다는 것인가.
야당 의원들이 이 대표를 보호하려는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압권은 소위 ‘개딸들’의 청원으로 부정부패로 기소돼도 정치 탄압이라고 의심되면 당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덕분에 이 대표는 기소돼도 친명위원들로 구성된 당무위원회를 열어 스스로 정치 탄압이라고 규정하면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다. 지난 주말의 남대문 장외 투쟁도 마찬가지다. 3분의 2의 압도적 의석을 가진 무소불위의 야당이 소수 정당이 어쩔 수 없을 때 쓰던 장외 투쟁에 나선다니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대정부 질문에서 장관에게 ‘아주까리기름을 먹었냐, 왜 그렇게 깐족거리냐’는 질문에는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헌법기관이라지만 스스로 품격을 지키지 못하는 의원이 장관에게 ‘깐족거린다’고 한다면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을까. 하긴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대법원 판결이 그리 중요하냐’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내뱉지는 못했을 것 같다.
이 대표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북한 관련 800만 달러 송금 의혹과 자신의 관계에 대해 검찰이 소설을 쓴다고 비아냥거렸다. 그는 늘 이런 식이다. 의혹에 대해 답변은 하지 않고 ‘모른다’ ‘아니다’라고만 하거나 혹은 거짓말이라고 둘러친다. 그게 소설이라면 독자인 국민이 보기에는 진실을 그대로 옮긴 다큐멘터리 소설로 보인다.
조국 전 장관의 유죄 판결 후 태도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이 나라 최고 대학인 서울대 교수라는 사람이, 그것도 법대의 형법 교수라는 사람이 조그만 양심이라도 있을 줄 알았다. 자식을 위해 저지른 입시 관련 범죄에 유죄 판결이 났다면 가장 먼저 했어야 할 말은 대국민 사죄였다. 그러나 그는 전혀 뉘우침이 없이 무죄를 주장하면서 항소하겠다고만 했다. 오죽했으면 판사가 판결문에 “…객관적인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서 그 잘못에 여전히 눈감은 채 진정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썼을까. 하긴 한명숙 전 총리도 객관적 증거인 뇌물로 받은 수표가 나왔음에도 대법원의 유죄 판결마저 부정했었고 이 대표도 똑같다. 이쯤 되면 자신들은 무슨 짓을 해도 무죄라는 확신범이 아닐 수 없다.
여야 할 것 없이 이 나라의 정치는 문제투성이다. 어디 좋은 정치인들을 수입해서라도 정치권을 바꿀 수는 없을까. 그럴 수는 없으니 이제는 정말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할 참신한 인재들이 나타나 기성 정치권을 부숴버리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유능하고 양심적인 정치 인재 양성에 우리 사회의 관심과 투자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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