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 손흥민(토트넘)의 전 에이전트가 손흥민 측에게 청구한 정산금 중 일부만 인정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주식회사 아이씨엠스텔라코리아(구 스포츠유나이티드)는 지난 9일 손흥민의 부친 손웅정 씨가 운영하는 주식회사 손앤풋볼리미티드를 상대로 낸 정산금 등 청구 소송의 1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김성원 부장판사)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1일 손앤풋볼이 아이씨엠에 광고 계약 정산금 2억4767만원을 지급하되, 아이씨엠 측이 요구한 손해배상금 18억2000여만원 등은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손흥민 측이 사실상 이긴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아이씨엠 측은 비슷한 쟁점으로 진행된 중재절차를 근거로 1심 판결에 잘못이 있다는 취지로 항소했다.
아이씨엠에 따르면 영국에서도 손흥민 측이 현지 에이전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중재절차가 진행됐다. 해당 중재절차에서도 이번 사건과 마찬가지로 △원고와 A사와의 주식매매계약이 원고와 손흥민 선수와의 신뢰관계 파괴의 원인으로 작용하는지 여부 △독점에이전트계약서상 손흥민과 손웅정 씨의 서명이 위조된 것인지 여부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아이씨엠 측 변호인은 “해당 중재절차의 심문이 종결되고 중재결정을 앞둔 지난해 1월 손흥민 측 주장을 전부 기각하고 에이전트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는 내용으로 중재합의가 이뤄졌다”며 “이에 손흥민 측은 일체의 에이전트 수수료는 물론 중재 상한 소송비용 전액을 지급한 사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재절차에서는 손흥민과 손 씨에 대한 심문도 이뤄졌고 국내 사건에 제출된 필적감정서도 동일하게 제출됐다”며 “감정사에 대한 심문도 진행됐는데, 이번 1심 소송에서는 법원의 필적감정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고 영국에서 진행된 중재절차에 대한 언급 없이 동일한 양측 필적감정서에 대해 중재절차와는 상반된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원고 측 필적감정결과는 독점 에이전트계약서상 손흥민과 손 씨의 서명은 모두 본인들의 필적이 맞다는 것”이라며 “피고 측 필적감정결과에 의하더라도 손흥민의 서명 중 일부 필적은 유사점이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이씨엠 측은 향후 진행될 항소심에서 △독점에이전트계약서의 서명이 위조되지 않은 점 △원고와 A사와의 주식매매계약은 당초 손 씨와의 합의 및 제안에 따른 점 △피고가 원고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 통보한 시점에는 원고 발행 주식의 49%만 A사에 양도된 상태로서 원고에 대한 경영권은 여전히 장기영 대표가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 △손흥민과 원고 사이에 신규 에이전트 계약 체결 없이는 A사와의 주식매매계약 이행이 완료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 등을 적극적으로 주장·입증해 사실관계를 바로 잡는다는 방침이다.
앞서 2019년 11월 손흥민은 "더는 신뢰 관계가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며 아이씨엠 대표 장기영 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장씨는 손흥민의 전속 매니지먼트사인 손앤풋볼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장씨는 자신의 회사와 손흥민, 손앤풋볼 사이에 유효한 독점 에이전트 계약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정산되지 않은 광고 대금은 물론 일방적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 배상까지 요구했다.
재판부는 필적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타인이 손흥민과 손 씨의 서명을 모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사건 독점에이전트 계약서가 진정하게 성립된 것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독점에이전트 계약은 아니더라도, 아이씨엠이 손흥민에게 국내·외 생활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광고 대금의 10%를 보수로 받는 '위임계약 내지 위임 유사 계약이 포함된 혼합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간주할 수는 있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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