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전 의원·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 대한 1심 판결이 내려지면서 앞으로 검찰 수사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사람이 각각 50억 클럽·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로 재판에 넘겨지기는 했으나 검찰 수사는 여전히 마무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경우 권 전 회장은 물론 이른바 주가조작 ‘선수’ 등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전주 가운데 한 명으로 의심받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는 ‘시작조차 못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50억 클럽 의혹도 곽 전 의원만 1심 판단을 받았을 뿐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성근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회장 등 거론 인물에 대한 수사는 ‘함흥차사’다. 더불어민주당 등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이들 사건에 대한 ‘특검이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거듭되고 있는 이유다.
곽 전 의원 뇌물은 무죄·알선수재…유죄 인정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뿐
50억원 사회 통념상 과다하나…알선 대가나 직접 수수로 보기는 어려워
권 전 회장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동기·목적 있지만, 실패한 주가조작
檢, 포괄일죄 기소한 시세조종 5단계 중 일부 공소시효 만료라 면소판단
50억원 사회 통념상 과다하나…알선 대가나 직접 수수로 보기는 어려워
권 전 회장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동기·목적 있지만, 실패한 주가조작
檢, 포괄일죄 기소한 시세조종 5단계 중 일부 공소시효 만료라 면소판단
◇법원, 곽상도 뇌물 ‘무죄’…도이치모터스는 실패한 ‘주가조작’=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곽 전 의원에 대해 벌금 800만원을 선고하고, 5000만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법원은 곽 전 의원에 대해 적용된 혐의 가운데 정치자금법 위반만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뇌물,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봤다. 곽 전 의원 아들 병채씨가 퇴직·상여금 명목으로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50억원(세금 등 제외 24억원)이 ‘사회 통념상 이례적으로 과하다’면서도, ‘알선과 연결되거나 무엇인가의 대가로 건넨 돈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이 내린 결론이다. 또 곽 전 의원이 병채씨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이 드는 사정도 있다’고 언급했지만 ‘결혼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하는 병채씨가 화천대유에서 받은 돈과 이익을 곽 전 의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라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이틀 뒤인 10일 자본시장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 전 회장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시세조종의 동기·목적은 있었으나 차익 추구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성공하지 못한 시세조종으로 평가된다는 게 재판부가 밝힌 선고 이유다. 법원은 검찰이 포괄일죄(여러 행위로 구성된 하나의 범죄)라며 일괄 기소한 다섯 단계 범행 시기 가운데 1단계(2009년 12월~2010년 9월)는 공소사실의 시효가 만료됐다며 면소 판결했다. 주가조작 공소시효가 10년이라 권 전 회장 공범들이 기소된 날부터 10년 전인 2011년 10월 26일 이전의 일에 대해선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여사 계좌 운용을 맡았던 이모씨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선 면소 판결을 받았다. 다만 이씨는 별도 사건으로 징역 2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신 법원은 2020년 10월 21일 이후로는 시세조종이 단일한 수법으로 이뤄졌다며 하나의 범죄로 인정해 기소 시점보다 10년 이전이지만,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기간 이뤄진 통정·가장 거래 130건 가운데 29건, 현실거래(실제 거래) 3702건 중 619건은 시세조종 거래라는 점이 불분명하다며 무죄로 봤다. 결국 통정·가장거래 101건과 현실거래 3083건만 유죄로 인정됐다. 여기에 이른바 ‘전주’ 역할을 한 손모씨와 김모씨 2명은 가담 사실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됐다.
檢 결론난 1심에 형평성 측면… 수사 이제라도 시작 관측
김 여사 경우, 법정서 본인 이름 파일 물론 진술까지도 제시돼
전주 모두 직접 조사…50억 클럽, 곽 전 의원만 1심 판결 나와
박 전 특검 등 조사했으나 김 전 총장 등은 아직 소환조차 못해
김 여사 경우, 법정서 본인 이름 파일 물론 진술까지도 제시돼
전주 모두 직접 조사…50억 클럽, 곽 전 의원만 1심 판결 나와
박 전 특검 등 조사했으나 김 전 총장 등은 아직 소환조차 못해
◇1심 선고…수사 ‘트리거(?)=법조계 안팎에서는 두 사건에 대한 1심 결과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일단 법원이 각 의혹에 대한 ‘1차적 판단’을 내린 만큼 검찰 수사 엔진이 본격 시동을 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 재판에서 증거 등이 제시되기도 한데다,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을 경우 이들 의혹 대상자에 대한 ‘형평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앞으로 수사를 재개치 못하는 등 미룰 경우 ‘정권 눈치보기’나 ‘제식구 감싸기’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법정에서는 ‘김건희’라는 이름의 엑셀 파일이 공개됐다. 해당 엑셀파일은 주가조작 2단계 선수 가운데 한 명이 운영하는 투자자문사 컴퓨터에서 발견된 것이다. 작성일자가 2011년 1월 13일로 김 여사의 계좌 인출 내역을 비롯한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 관련 내용이 정리돼 있었다. 또 2단계 주포 김모씨는 재판에서 김 여사 명의의 계좌에서 이뤄진 블록딜(장외 대량 주식매매)의 경위에 대해 “권오수 전 회장의 부탁을 받고 내가 거래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당시 거래 사실을 몰랐던 김 여사가 뒤늦게 ‘왜 이렇게 싸게 팔았으냐’고 따졌다는 증언도 있었다. 여기에 다른 전주 대부분이 출석 조사를 받았다는 점도 김 여사에 대한 직접 수사를 검찰이 미룰 수 없는 사유로 제기된다. 재판에서 증언이나 증거 등이 제기된 데다, 이미 다른 전주들도 출석해 조사를 받은 만큼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한 직접 수사를 더는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50억 클럽의 경우도 곽 전 의원 외에 박 전 특검, 권 전 대법관, 홍 회장 등이 조사받기는 했으나 여전히 검찰은 수사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여기에 이름이 거론된 이들 가운데 최 전 수석과 김 전 총장은 아직 소환 조사도 받지 않았다.
권 전 회장 집행유예…전주는 세력 결탁 입증 증거 없어 무죄
법원, 곽 전 의원 재판서 대장동 일당 등 진술 신빙성 無 판단
이미 지체된 수사…직접 증거 없이는 기소까지 과정 쉽지 않아
법원, 곽 전 의원 재판서 대장동 일당 등 진술 신빙성 無 판단
이미 지체된 수사…직접 증거 없이는 기소까지 과정 쉽지 않아
◇법원 판단에 악재…기울어진 결론=반면 50억 클럽·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겨냥한 향후 검찰 수사에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이미 수사까지 오랜 시일이 지체된데다, 1심 판단이 의혹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인물들이 내세울 반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재판에서 제시된 증거·증언 등을 토대로 김 여사를 기소할 핵심 혐의를 도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김 여사에 대한 직접 조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에 대한 주가 조작은 ‘실패했다’고 판단해 권 전 회장에게 집행유예라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선고했다. 게다가 법원은 전주 중 한 명에게 작전에 편승해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로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면서도, 다른 주가조작 세력과 의사 연락 하에 매매한 공범이라는 점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죄가 없다고 봤다.
주가조작 등 사건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 여사 계좌를 맡아 관리해 주가조작을 했다는 이른바 선수 이씨의 경우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 판결을 받았다”며 “2단계 주포가 가담한 주가조작에서 김 여사가 직접 가담한 증언이나 진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상 주가조작 사건에서 전주를 기소하기 위해서는 손실보존계약 등 증거가 존재해야 한다”며 “검찰이 직접 조사 등 수사에서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했는지가 향후 수사의 가늠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를 전문가로 소개받아 주식 위탁·관리를 맡겼다가 손살만 봐, 남은 주식을 모두 별도 계좌로 옮긴 뒤 절연했다’거나 ‘이후 주식 정리를 위해 개인적으로 거래했을 뿐, 주가 조작 세력에게 계좌를 빌려준 것도 아니었다’는 취지의 김 여사 측 방어논리를 깨기 위해서는 결국 직접 개입을 입증할 핵심 증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곽 전 의원을 제외한 50억 클럽 수사도 이미 재판부가 이른바 대장동 일당의 재판·수사 과정에서 진술 등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만큼 과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욱씨 등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깨지지 않게 하는 대가로 곽 전 의원에게 50억을 주기로 했다’는 말을 김씨에게 들었다고 진술했다. 또 김씨와 곽 전 의원이 2018년 한 음식점에서 돈 지급 문제로 언쟁을 벌였으며, 아들을 통해 약속한 돈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 증언은 물론 ‘50억을 주기로 했다’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진술에도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곽 전 의원 외에 인물들에게 의혹이 제기된 게 대부분 전언과 진술에 기반하는 데 이미 재판부가 진실성을 의심한 만큼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으면 수사도 쉽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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