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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원자로 선박' 시대가 온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9일 경주시청에서는 국내 해운 업계 1위인 HMM을 비롯한 4개 해운사, 한국선급,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등 9개 기관이 참여한 ‘원자력 선박 기술 개발에 관한 상호 협력 협약서’ 체결식이 열렸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경주시·경상북도와 함께 이 협약의 주체로 참여했다. 해운사들이 이 협약에 참여한 것은 선박 운항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감축 압박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선박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2008년 대비 50% 이상 감축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목표 달성에 동참해야 하는 해운사들이 무탄소 추진 동력원으로서 소형모듈원자로(SMR)에 큰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선박 추진 원자로는 이미 항공모함이나 핵 잠수함용으로 다수 운용되며 그 안전성이 입증됐다. 현재 선박용 원자로는 원자력발전소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유형의 가압 경수형 원자로다. 선박에 탑재할 원자로는 크기가 작아야 하므로 고농축우라늄 연료를 사용한다. 또 고압에 오래 견딜 수 있도록 설비를 견고하게 제작해야 한다. 고농축 연료와 고압 요건은 결국 많은 비용을 초래한다. 군용 선박은 비용이 크게 문제되지 않겠지만 민간 선박은 그렇지 않다. 기업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싸면서 작고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최근 신개념 소형 원자로로 ‘용융염원자로(Molten Salt Reactor·MSR)’가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현재 원자로는 핵연료가 연료봉 안에 있고 그 바깥으로 냉각재인 물이 흐르며 열을 운반하는 구조로 돼 있다. 이 구조에서는 연료가 잘 밀폐되도록 핵연료 봉관이 튼튼하게 제작돼야 한다. 또 고온·고압의 냉각수가 유출되지 않도록 원자로 용기와 배관이 견고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반면 MSR에서는 가열해 녹인 소금과 비슷한 용융염에 핵연료가 액상으로 혼합돼 사용된다. 용융염은 고온에서도 기화되지 않기 때문에 압력이 낮다. 연료와 냉각재가 분리된 상태를 유지할 필요도 없어 원자로 구조 자체가 단순하다. 이에 저압의 소형 원자로로 구현하기가 쉬운 것이다. 만일의 경우 사고로 용융염이 원자로나 순환 계통 외부로 유출될 경우 그 자리에서 바로 식어 고체가 되기 때문에 방사성물질 확산 우려도 적다. MSR의 이러한 개념적 우수성 때문에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제안한 MSR 개발 프로젝트가 높은 경쟁률을 뚫고 정부의 혁신도전프로젝트(KARPA)로 선정됐다. 이 과제 수행을 위한 ‘MSR KARPA 사업단’도 곧 출범한다.

물론 MSR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용융염에 의한 구조재 부식 문제 등은 풀어야 할 과제다. 원자력연구원은 이 도전 과제를 여러 창의적인 방안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여기에는 충분한 실험과 검증이 필요하다. 장래에 큰 가치를 창출할 혁신적인 MSR 연구개발에 정부뿐 아니라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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