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전당대회 구도는 ‘친윤 대(對) 비윤’이 아닌 ‘구태 대 혁신’입니다. 친윤·비윤에는 어떠한 가치도 없어요. 미래지향형 선택지는 저뿐입니다.”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천하람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전당대회는 미래 비전을 두고 생산성 있는 논쟁이 강하게 붙어야 하는데 그게 사라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천 후보는 당 개혁의 1차 과제는 윤핵관을 몰아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당의 가장 큰 문제는 다양성과 생동감이 말살돼 민심은 고사하고 당심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윤핵관으로 통칭되는 주류분들이 줄을 세우며 멀쩡한 사람들을 이상하게 만들고 당을 획일적 방향으로 끌고 간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윤핵관 퇴장’은 윤핵관들을 주류에서 배제해 국회의원·당원들을 윤핵관 족쇄에서 풀어주겠다는 의미”라며 “구성원들의 소신과 능력을 극대화한다는 차원이지 뺄셈 정치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천 후보는 공천 쇄신을 거듭 약속했다. 그는 “정당 제1 상품은 사람이다. 정책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인데 중구난방식 등용이 계속되고 있다”며 “당원 모집, 방송 활동 실적 등이 기재된 일종의 내신 성적표인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공천 잡음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앞서 그는 “낙하산 공천은 없다”며 ‘대통령 공천 불개입의 명문화’ 등을 공약했다.
대통령실을 향해 연일 쓴소리를 뱉었던 천 후보는 집권 여당 대표의 책무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했다. 특히 보수정당의 불모지인 전남 순천에서 지역 기반을 다지고 있는 천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 균형 발전, 선거구제 개편에 동조했다. 그는 “지방에 중앙정부 권한을 대폭 이양하겠다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는 지방 소멸의 골든타임을 잘 포착한 것이다. 몇 년 뒤 수도권 의석수가 지방 의석을 추월하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된다”며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언급은 정치 개혁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이준석 아바타’라는 공세에는 의연했다. 그는 “이준석 전 대표가 스트라이커라면 저는 미드필더에 가깝다. 더 안정적이고 묵직한 편”이라며 “3월 8일까지 ‘천하람이 당을 원만하게 운영할 수 있는 성품을 갖췄다’는 인식을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승전 윤심 전당대회에 제동을 건 천 후보는 현역 중진을 누르고 컷오프(예비 경선)를 통과했다. 원동력으로는 개혁 후보 타이틀 독점을 꼽았다. 일각에서는 그가 안철수 후보와 결선투표제에서 손을 잡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대해 천 후보는 “연대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야합을 하면 개혁을 원하는 천하람 지지층이 호응하겠느냐”며 “결선투표제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윤심이 아닌) 혁신 과제로 당원들의 파이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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