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약 20년 전 한 대기업 회장이 한국 정치는 4류라고 말해 큰 파문이 인 적이 있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도 우리 정치가 여전히 4류임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자조했다. 여야가 실질적인 성과는 제대로 내지 못하면서 여야 사이의 정쟁은 나날이 심해지기만 한다는 지적이다. 주 원내대표는 정치인들의 불법 행위·거친 언행·가짜뉴스 유포 등의 행태를 문제 삼으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정상화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5선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국회의원 윤리강령’을 국회 목욕탕 한 곳에서밖에 보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윤리강령부터 실천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국회 본회의 개회시마다 의무적으로 윤리강령을 낭독하거나 서약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주 원내대표는 여야가 정쟁만 일삼는 최근 정치 풍토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짧지 않은 의정생활을 하며 지금처럼 자괴감과 두려움이 엄습한 적이 없다”라며 “그동안의 노력과 분투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그 어느 때보다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주 원내대표는 “한 조사에서 국민에 대한 국회의 신뢰도는 15%에 불과했다”며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한 국회의원 생활의 성적표가 15점이라니 서글프고 참담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가 다시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문제는 우리 대한민국이 지금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의 중차대함에 비해 우리나라의 국가 의사결정 능력이 역부족하다는 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중대결의 심화·북핵 위기·기후위기·인구학적 도전 등 오랫동안 누적된 심각한 문제가 많다”라며 “국회가 이 도전에 대한 국민적 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국민의 신뢰도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 원내대표는 국회 윤리특위 기능 정상화를 주문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에 윤리특위가 있지만 그 기능을 잃고 정쟁의 도구만 된 지 오래”라며 “18대 국회 이후 15년동안 총 177건의 징계요구안이 윤리특위에 제출됐지만 본회의 의결까지 이뤄진 것은 단 두 건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에서도 33건의 징계안이 제출됐는데 윤리특위가 구성되는 데는 네 달이 걸렸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건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