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도전에 나선 네 명의 후보가 14일 전통적 보수 텃밭인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영남의 아들’ 자리를 두고 맞붙었다. 이번 전당대회 선거인단 중 약 20%의 표심이 걸려 있는 핵심 지역구인 만큼 판세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양강 후보인 김기현·안철수 후보는 지역 기반을 강조하며 당심을 끌어모았고 후발 주자인 천하람·황교안 후보는 개혁과 보수 정권 재건 등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부산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합동 연설회에서 각 후보는 자신의 강점을 내세워 전통 보수 표심 공략에 나섰다. 이날 두 번째 합동 연설회에는 5000여명의 당원들이 모여 달아오른 당권 레이스의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울산시장 출신으로 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김 후보는 연대와 세 과시 전략을 통해 윤심(尹心) 후보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합동 연설에서 “통합은 제가 전문가다. (당을) 대통합 원팀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고 밝힌 김 후보는 “오늘 부산 5선인 조경태 의원과 만나 손잡고 김기현을 대표로 만들자고 합의를 봤다”며 부산 지역구이자 당권 경쟁자였던 조 의원과의 ‘김조연대’를 강조했다. 또 나경원 전 의원과의 ‘김나연대’,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의 갈등 봉합 등을 예로 들었다.
김 후보는 앞서 부산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한 조 의원에게 “우리 다 부산갈매기파 아닌가 하시면서 김기현과 손잡고 부산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보겠다고 오셨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조 의원도 축사에서 “더 이상 반목과 분열이 아닌 개혁과 변화의 분수령이 되도록 김 후보와 당원 여러분 모두가 앞장서주시기를 바란다”며 사실상 지지의 뜻을 밝혔다.
부산의 아들임을 강조한 안 후보 역시 “국민의힘은 제가 봉사할 마지막 정당”이라며 “국민의힘에서 뼈를 묻겠다. 정권 교체에 공헌한 제게 남은 것은 오직 정권의 성공, 대통령 성공, 국민 행복뿐”이라며 정체성 논란을 일축했다. 안 후보는 또 “미래 대 과거에서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며 중도·2030으로의 확장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친이준석계인 천 후보는 “공신의 자리를 왕의 비위만 맞추던 소위 윤핵관들이 차지하고 있다”며 김 후보와 윤핵관 저지를 당부했다. 임진왜란을 예로 든 그는 “이순신이 아니라 윤핵관 원균에게 맡겼을 때 우리에게 과연 12척의 배라도 남아 있겠느냐”며 “어렵게 쌓아 올린 조선 수군을 다시 원균이 손에 넣지 못하도록 우리 부산·울산·경남의 당원들이 막아달라”고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황 후보는 “정권 교체는 이뤘지만 무도한 더불어민주당의 횡포 때문에 달라진 것이 있나. 국민께서는 막무가내 민주당의 불의에 맞서 싸우고 정의를 세워나가는 강한 정당을 원하는 게 맞느냐”며 거대 야당에 대응할 것을 약속했다.
현장에서는 지역 조직세가 강한 김 후보의 세 과시도 눈에 띄었다. 행사 비표가 당원협의회별로 배분되면서 친윤계의 지지를 받는 김 후보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부산 지역구에는 장제원 의원 등 김 후보를 지원하는 친윤계가 다수 포진해 있다.
안·천·황 후보의 지지자들이 현장에 입장하지 못하자 이준석 전 대표가 직접 항의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이 전 대표는 “특정 후보를 위해 이렇게 해도 되는지 따져볼 문제”라며 김 후보 측에 비표 배분이 집중됐음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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