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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칩스법' 이끈 양향자 배제…반도체특위 '반쪽' 전락

삼성전자 출신 반도체전문가 대신

'민주 위장 탈당' 논란 민형배 배정

업계 "언론인 경력, 관련성 없어" 우려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 권욱 기자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전략산업 분야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육성 방안을 논의할 국회 첨단전략산업특별위원회(반도체특위)가 전문가 없는 반쪽 위원회로 전락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 가운데 유일한 반도체 전문가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반도체특위에서 배제된 탓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가 최근 반도체특위의 위원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참여를 신청한 양 의원을 제외했다. 대신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위원으로 배정됐다. 반도체특위 위원 정수는 총 18명(국민의힘 7명, 민주당 10명, 비교섭단체 1명)이다. 그중 비교섭단체 몫의 위원직을 놓고 지명권을 가진 김진표 국회의장이 양 의원 대신 민 의원을 선택한 것이다.

양 의원은 삼성전자 임원 출신이며 현재 여당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국회 입성 이후 이른바 ‘K칩스법’이라고 불린 반도체특별법 추진을 주도해왔다. 이 같은 양 의원이 반도체특위 위원 구성 과정에서 제외되자 해당 위원회가 정교한 반도체 산업 지원책을 입법화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관련 산업계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양 의원을 제치고 해당 특위에 입성한 민 의원은 언론인 출신이다. 그에게서 반도체 분야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찾기는 힘들다. 민 의원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린 검찰청법 개정 과정에서 ‘위장 탈당’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기도 하다. 반면 당시 양 의원은 검수완박에 반대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배제될 정도로 민 의원과는 대척점에 선 인물이다.

이에 대해 국회 측은 김 의장이 의원별 상임위원회 및 특위 구성을 안배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양 의원이 첨단산업특위에 배정되지 않은 것일 뿐 정치적 이유가 개입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양 의원이 현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소속돼 있는 만큼 상임위에서 충분히 반도체 산업 육성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해명도 곁들여졌다. 국회 측 관계자는 “의장이 중립적 위치에서 의원들의 인기가 많은 상임위에 대해 의원들 간 배분을 할 수밖에 없다”며 “양 의원은 산자위에서 반도체뿐 아니라 2차전지나 전기차 등 우리 산업에 필요한 법률들을 폭넓게 심의하고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계와 학계의 평가는 국회 측과는 다르다. 상임위인 산자위의 향후 반도체 관련 입법, 예산 논의 향방은 반도체특위 합의 사항 등을 밑바탕에 깔고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양 의원이 아무리 산자위에서 의견을 제시한다고 해봐야 반도체특위 합의 사항의 틀을 크게 바꾸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회에 과학기술이나 첨단산업 영역에 대표성을 가진 이가 거의 없다”며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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