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조 지형을 양분하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대정부 공동 투쟁 전선을 편다. 강경 노선인 민주노총과 온건 노선인 한국노총이 손을 잡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올해 최대 규모 장외 투쟁을 예고한 민주노총의 계획에 한국노총이 어떤 방식으로 동참할지 이르면 15일 결정된다.
양대 노총(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위원장은 14일 국회 앞에서 정부 노동 개혁을 반대하고 민생 입법을 촉구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였다. 두 위원장은 공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의 노조 운영 개입과 노동 개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양대 노총은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가 노조 자주권을 해치고 노동 개혁이 이뤄지면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심해진다고 지적한다. 또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제정, 5인 미만 근로자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에너지와 교통기본권 보장을 촉구했다.
양대 노총은 그동안 정부의 국정 방향과 노동 정책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이날 기자회견은 양대 노총 위원장이 연대를 공식화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막겠다는 공동의 결심을 했다”며 “양대 노총은 함께 싸울 것을 결의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연대는 흔치 않다. 두 노총은 2016년 총파업 이후 연대 집회를 멈췄다. 지난해 최저임금 공동집회를 6년 만에 열만큼 공동 활동이 드물었다. 현안이 있을 때마다 소규모 집회나 토론회 방식으로 뜻을 모으는 정도였다. 민주노총은 매년 총파업을 중심으로 한 강경 노선을, 한국노총은 정책 참여를 중심으로 한 온건 노선을 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양대 노총의 연대는 강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동명 위원장은 15일 서울 민주노총을 찾아 공조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두 노총 지도부는 지도부 출범 때만 서로 건물을 찾아 축하할만큼 공식 왕래가 뜸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관심은 양대 노총이 15일 공동 노동자 대회 등 대규모 장외 투쟁을 결정할지 여부다. 양 위원장은 앞서 8일 올해 민주노총의 투쟁 계획을 공개했다. 5월1일 전국에서 20만 총궐기 투쟁을 하고 7월 2주간 총파업을 한다. 민주노총은 7월 총파업이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일련의 투쟁 계획에 한국노총이 참여할지가 관심이다.
한국노총은 대규모 집회를 자제해왔다. 대신 정부마다 정책 파트너로서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5만명 규모 노동자 대회를 열기로 했다가 이태원 참사를 고려해 계획을 접었다. 만일 예정대로 노동자 대회가 열렸다면 3년 만이다. 재임에 성공한 김 위원장은 과거와 달리 한국노총의 투쟁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은 전체 노동계가 만들 단결과 투쟁 과정에서 모든 역할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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