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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징용 피해자와 '피해자 측'의 차이

박경은 정치부 기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의견을 모두 수렴하기 전이라도 일본의 호응 조치만 있으면 정부가 해법을 발표할 것입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정부 당국자가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우리 측 피해자들의 요구 사항을 대강 알고 있으니 일본과의 조율만 남았다는 뜻이다. 그동안 피해자 및 유족들의 요구 사항은 법률 대리인 및 지원 단체 그룹인 ‘피해자 측’을 통해 정부에 전달돼왔다.

하지만 최근 외교가에서는 ‘피해자 측’이 전달한 피해자들의 의견을 두고 의구심이 쏟아진다. 피해자 측이 지난해 여름 외교부 주도로 열린 민관 협의회에서 밝힌 입장이 실제 피해자들의 요구와 100% 일치하느냐는 점에서다. 당시 피해자 측은 정부 해법의 마지노선으로 ‘일본 측 사과와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를 제시했다.



정부 해법을 바로 적용받을 피해자는 대법원 확정판결 3건의 원고 14명(피해자 기준 15명)이다. 피해자 중 3명은 생존해 있으며 나머지 12명은 이미 고인이 됐다. 생존 피해자 3명은 본인의 의사를 직접 밝힐 수 있지만 나머지 12명의 의사는 유족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문제는 피해자 1명당 유족이 여럿인데 대부분 고령이고 해외에 거주 중인 경우도 있어 유족 가운데 누가 원고의 권리를 승계해 대표 의견을 낼지 정하지 못한 피해자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피해자 측도 각 유족에게 의사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지만 의사를 확인할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셈이다. 이쯤 되면 피해자 측이 전한 정부 해법의 마지노선은 누구의 입장을 대변한 것인지 궁금증을 낳는다.

일각에서는 피해자와 피해자 측 간 입장이 다를 것으로 보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한다. 그러나 우리는 2020년 5월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피해자와 지원 단체 간 의견이 얼마큼 다를 수 있는지 몸소 깨달았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때도 지원 단체들은 “단 한 명의 피해자라도 반대하면 일본과 합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2017년 기준 47명의 생존자 가운데 34명이 합의금을 수령했다.

피해자도 각자 바라는 것이 제각각 다를 수 있다. 하물며 이해관계가 다른 당사자와 지원 단체, 대리인 간 의견이 100% 일치하리라 보는 것은 오히려 순진한 시각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해법 도출 막바지에 다다른 지금에서야 유족들과의 접촉을 시도하는 것이 이미 늦었음에도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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