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조 지형을 양분하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대정부 공동 전선을 편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혁 반대가 최우선 목표다. 양대 노총은 5월 공동 집회를 여는 등 연대를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에 공개 토론을 제안하거나 사회적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대화 채널도 열어뒀다.
양대 노총(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위원장은 15일 서울 민주노총에서 만나 올해 연대 투쟁 계획을 밝혔다. 이번 연대는 임금과 근로시간 개편을 중심으로 한 노동 개혁 반대를 위해서다. 양대 노총의 당면 과제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이다. 이 개정안은 노사 입장이 팽팽하다. 노동계는 개정안대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강화하고 노조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면 임금, 고용형태 격차 등 수많은 노동 문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경영계는 원청의 사용자성만 강화되고 손배소 여건이 완화되면 파업이 늘면서 노사 관계 갈등이 심해진다고 반대한다. 양대 노총은 이달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공동 투쟁을 결의했다.
양대 노총은 상반기 동안 국정 방향에 대한 지속적인 반대 투쟁을 편다. 이를 통해 5인 미만 근로자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실질임금 인상 등 근로자 처우를 개선하는 게 목표다. 일정을 보면 3월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조합 회계자료 제출에 대한 법률 대응을 결정했다. 정부는 노조 회계자료 제출이 노조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대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노동계는 노조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대책이라고 맞선다. 양대 노총은 4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의 활동을 편다. 중대재해법도 노사 입장 차이가 크다. 경영계는 형사처벌 강도를 낮추는 방향의 개정을 원한다. 반면 노동계는 처벌강도가 약화되면 중대재해를 줄일 수 없다고 반박한다.
특히 5월에는 양대 노총이 정부 출범 1년의 성과를 묻는 공동 집회와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연대 집회는 흔치 않다. 두 노총은 2016년 총파업 이후 연대 집회를 멈췄다. 지난해 최저임금 공동집회를 6년 만에 열만큼 공동 활동이 드물었다. 내년 최저임금 심의가 이어질 6~7월에도 양대 노총은 전국노동자대회 등 연대 활동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앞으로 양대 노총은 더 많은 논의와 실천을 결의할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도 “양대 노총은 교류를 넘어 동지적 관계로 나가야 한다”고 화답했다.
양대 노총의 연대로 노정 관계는 더 얼어붙을 전망이다. 양대 노총의 연대는 사실상 노동계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국 노조원은 293만9000명이다. 이 중 한국노총이 42.2%, 민주노총이 41.3%로 양대 노총 조합원이 80%에 달한다.
다만 양대 노총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노동 개혁에 대한 공개 토론을 제안하는 등 대화 창구도 열어놨다. 공개 토론은 최근 양 위원장이 먼저 제안하면서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투쟁 강도도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이 결정한 7월 총파업에는 참여를 결정하지 않았다. 반면 노사정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해 노동 현안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양대 노총의 노동 운동 방식이 다른 결과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중심으로 한 강경 노선을 걷고 있다.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 또는 정책 논의 참여를 중시하는 온건 노선을 지향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