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파일럿이 포효와 함께 거의 50만 달러짜리 사이드와인더를 발사하던 순간은 영화 ‘탑건’보다는 ‘어이쿠’에 가까웠다.”
미국 영공에 나타난 ‘미확인 비행체’를 미군 F-16 전투기가 한 번에 격추하지 못해 값비싼 미사일 1기를 낭비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AFP 통신은 이렇게 꼬집었다.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4일(이하 현지시간) 브리핑에서 “12일 발사된 첫 미사일이 표적을 빗나갔다. 이 미사일은 바로 호수에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 의장도 빗나간 미사일에 대해 “해를 끼치지 않고 호수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폭스뉴스는 지난 13일 미 당국자를 인용해 첫 번째로 발사된 미사일이 목표물을 맞추지 못했으며 두 번째 미사일이 명중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 당국은 지난 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 상공에서 중국 정찰 풍선을 격추했다. 이어 10일 알래스카주, 11일 캐나다 유콘, 12일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있는 휴런호 상공에서 잇달아 3건의 미확인 고고도 물체를 발견해 이를 격추했다. 4일과 10~11일 수행된 작전에는 세계 최강의 F-22가 동원됐고, 12일 격추에는 F-16 전투기가 동원됐다.
미 당국은 12일 격추와 관련해 공군 F-16 전투기가 휴런호 상공 약 6000m에서 AIM-9 공대공 미사일로 ‘8각형 구조물’을 격추했다고 밝혔지만 ‘헛발질’을 한 사실은 발표에서 빼놨었다.
대표적인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인 AIM-9는 발사되는 모습이 마치 뱀이 꿈틀대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사이드와인더(방울뱀 일종)’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가격은 1기에 최소 40만 달러(약 5억 원)에 이른다.
이러한 가운데 미군이 이 미사일을 2발이나 발사해야 했던 문제의 ‘8각형 구조물’은 안보 면에서 큰 위해가 아닐 수 있다는 당국의 입장이 나왔다.
커비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4일 격추된 중국 정찰 풍선과 달리 10~12일 발견된 3건의 물체들은 “상업·연구단체와 관련된 완전히 무해한 풍선일 수 있다”면서 “우리는 이들이 중국 스파이 풍선 프로그램의 일부이거나 미국에 대한 정보 수집 목적용이라는 증거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정찰풍선’ 사건으로 격화된 미중 갈등이 완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국은 그간 상대를 비난하면서도 과도한 관계 악화는 경계했다는 점에서 ‘출구전략’을 조율해나갈 가능성이 있다.
한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오는 17~19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과의 만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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