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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필수의료 핵심은 골든타임 사수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 사진 제공=분당서울대병원




뇌졸중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혼자 사는 탓에 증상이 중한데도 스스로 119에 연락하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경우가 적지 않다. 2020년에 이미 독거노인이 166만 명을 넘었다고 하니 더욱 걱정스럽다. 하지만 급속도로 늘고 있는 1인 가구에서 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통계조차 없는 게 우리의 현주소다. 정부가 관련 대책을 세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다.

뇌졸중은 성인들이 장애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뇌졸중 환자의 후유 장애를 최소화하려면 골든타임 이내에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데 뇌졸중 가운데 특히 골든타임이 중요한 뇌경색 환자가 증상 발생 후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약 41시간에 달한다. 아직도 약 70%는 골든타임인 3시간을 지나 병원을 찾고 있다. 심근경색도 뇌졸중과 마찬가지로 증상 발현 후 치료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중요하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국내 심근경색 환자의 30일째 치명률은 8.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6.6%)보다 높다.



뇌졸중과 심근경색에서 치료의 골든타임이 수년째 지켜지지 않는 배경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지목된다. 첫째, 증상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병원을 찾기 전에 본인의 증상이 뇌졸중 또는 심근경색 때문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비율은 각각 21%, 17%에 그쳤다. 본인이 뇌졸중인지 모르는데 어떻게 빠른 대응이 나올 수 있을까. 전 세계인 4명 중 1명꼴로 한 번 이상의 뇌졸중을 경험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심근경색을 더하면 2~3명 중 1명이 될 듯하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뇌졸중과 심근경색 증상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발병 시 빨리 병원을 찾도록 하기 위한 보건 당국의 노력이 시급한 이유다.

둘째, 낮은 119 이용률도 문제다. 국내 뇌졸중 환자들의 119 이용률은 약 30%로 미국·유럽 등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119 구급대가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이 의심되는 환자를 치료 가능한 병원에 신속하게 이송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서 확산하는 점은 더욱 큰 문제다.

정부가 필수의료를 책임지겠다고 나섰다. 어쩌면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할지 모른다. 본인 또는 가족들에게 뇌졸중·심근경색과 같은 중증 응급 질환이 의심될 때 주저 없이 119에 전화하면 되는 것.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자연스레 신뢰가 쌓일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필수의료 체계 아닐까. 현장에서 수없이 많은 뇌졸중 환자를 진료하며 얻은 깨달음이다. 현장 의사들은 골든타임 이내에 환자가 도착해야만 최적의 결정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필수의료 강화의 핵심은 뇌졸중·심근경색과 같은 심뇌혈관 질환의 치료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것이다. 정부는 먼저 119 구급대가 심뇌혈관 질환자를 신속하게 병원에 이송해줄 것이라는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또 그러한 체계가 너무 늦지 않게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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