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현실화된 가운데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국회 운영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긴급한 주요 경제·민생입법 및 정책 추진의 향방도 오리무중에 빠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교역 환경 악화로 인해 정부의 지원을 절실히 바라는 기업들도 한층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검찰이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대장동·위례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국회의 체포 동의 절차도 사실상 시작됐다. 이 대표가 현역 국회의원인 만큼 회기 중 신병을 확보하려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는 이날 예정에 없던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오늘은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이 검찰권 사유화를 선포한 날이자 사사로운 정적 제거 욕망에 법치주의가 무너져내린 날”이라며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희대의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둘러싼 정국 경색은 주요 경제 입법 활동에도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월 국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두고 강하게 맞붙은 여야는 앞으로 관계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는 지난해 12월에도 예산안과 노웅래 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을 두고 공전하면서 일몰법조차 처리하지 못했다.
현재 국회에는 첨단전략산업의 투자세액공제 확대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법안들이 계류돼 있다. ‘K칩스법’으로도 불리는 조특법 개정안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투자세액공제율을 현행 8%에서 15%까지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지만 ‘대기업 특혜’라는 야당의 반발로 상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양자, 반도체 등 첨단 신산업을 키우기 위한 ‘국가전략기술육성특별법’도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여 있다. 벤처 창업주의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벤처기업육성특별조치법’, 12년째 표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입법 향방도 불투명하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반도체법 등 각종 산업 법안의 조속한 통과가 절실한 상황에서 야당은 이번 사건에만 몰입해 있다”며 “범죄 사건과 국가 운영은 별도로 분리해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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