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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내거나 미제출…회계공개 거부한 노조

◆334곳 중 214곳 '부실 제출'

자료누락 등 비정상 사례 수두룩

정부 "깜깜이로 불신 자초" 비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계가 노동조합 회계장부와 관련 서류를 보고하라는 정부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정부는 “노동계가 깜깜이 회계라는 불신을 자초했다”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노동계도 정부를 상대로 법적 소송까지 나서겠다고 밝혀 ‘노란봉투법’에 이어 회계 문제로 노정 간 갈등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는 16일 최근 2주간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1000명 이상의 단위노조 및 연합 단체 334곳에 대해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보고받은 결과를 공개했다. 해산된 노조를 제외한 327곳 중 36.7%(120곳)만이 정부의 요구대로 제출했다. 관련 서류를 모두 제출하지 않은 비율도 16.5%(54곳)에 달했다. 비정상 제출 사례를 보면 일부 자료를 누락하거나 겉표지만 낸 식이다. 제출 서류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한 자료의 내지 1장 제출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이번 보고 조치는 지난해 말 고용부가 밝힌 노조의 회계 투명성 강화 대책의 후속이다. 고용부는 노조에 조합원 명부를 비롯해 규약, 임원의 성명 및 주소록, 회의록,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을 비치했는지, 회의록과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3년간 보존했는지를 입증하라고 했다.

노동계의 거부는 예견된 결과다. 양대 노총(한국노총·민주노총)은 노조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을 이어왔다. 한국노총은 이날 낸 논평에서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일률적으로 자료 제출 보고를 요구하는 것은 노조법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면서 “정부의 노조 운영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자 월권행위”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고용부 측은 “양대 노총이 정부의 정당한 요구를 조직적으로 불응했다”며 “깜깜이 회계라는 불신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고용부는 14일간 추가 시정 기간을 부여한 후 과태료 부과 절차에 돌입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서류 비치와 보존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노조의 민주성·자주성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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