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해’는 제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따뜻한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저를 성장시켜주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준 작품이거든요.”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극본 이서현·이현정/연출 조영민)는 배우 정가람의 전역 후 첫 작품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으로 주목을 받을 시점에 입대했던 그는 확실하게 컴백을 알릴 수 있었다.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사랑의 이해’는 잔잔한 멜로드라마다. 개성 강한 장르물 홍수 속 평범한 캐릭터와 설정이지만, 각기 다른 이해(利害)를 가진 이들이 서로를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이해(理解)하게 되는 이야기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작품은 방송 내내 OTT서비스 넷플릭스 한국 순위에서 최상위권에 안착하며 해외 시청자들까지 견인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캐릭터 중, 정가람이 연기한 종현은 사회적으로 말단 계급이다. 종현은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경찰공무원이라는 꿈을 갖고 은행에서 청원 경찰로 근무한다. 그는 은행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차별을 느끼는 수영(문가영)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사회적 위치와 상황 때문에 자격지심을 갖고, 사랑에도 계급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종현이 비관적으로 변하는 건 이해가 갔어요. 사람이 항상 밝을 수만은 없잖아요. 누구나 다 자기의 밑바닥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발버둥 치지만 도달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한 번씩 있는 것 같아요. 종현에게 그런 순간이 그때였어요. 아버지가 쓰러졌고 집도 힘든데 수술비가 없고, 수영에게 수술비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많이 이해하려고 했죠.”
종현을 연기하면서 많이 아팠다. 이해는 했지만 종현이 왜 이렇게 망가질 수밖에 없는지 고민했다. 종현이 아직 미숙하고 세상을 편협하게 보는 단계라고 생각했고, 사랑을 대하는 성숙함의 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도 끝까지 종현이 수영을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걸 느꼈다.
“마지막 회에서 경찰이 된 종현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데 수영이가 멀리서 바라보잖아요. 종현이 시선을 느끼고 수영을 바라보는데, 수영이 예쁘게 웃어주고 가죠. 어미새가 아기새를 보내듯이요. 잡는 느낌이 아니라 감사해요. 내 인생에서 사랑이 뭔지 알려준 사람이라고 여기는 거예요.”
수영은 상수(유연석)에게 마음이 있는 상태로 종현과 연애를 한다. 종현이 무너질 때마다 곁을 지켜주고 일으켜준다. 하지만 결국 상수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하고 종현과 이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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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이 종현을 남자로 미친 듯이 사랑했다기 보다 동생처럼 애정을 느꼈는데, 전 그런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수영이 마지막에 종현의 사진을 찍으면서 포기하지 말라고 해준 것도 마음이 다 느껴졌어요. 물론 수영이가 그런 선택을 해서 모두를 찢어지게 만들었지만 한편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했어요. 그래서 종현은 수영을 욕할 수 없는 거고요.”
“작품이 끝나고 나서 사랑의 관계에 대해 생각했는데, 사람이 흐르는 파도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애쓰고 무언가를 해도 바다를 막을 수 없는 거죠. 그런 이끌림대로 가는 거예요. 수영도 그런 마음으로 종현을 사랑했지만, 불꽃은 상수였던 거고요.”
수영을 사랑했다던 종현의 마음도 작품의 절정에서는 알쏭달쏭하게 느껴진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순수하게 사랑했던 모습과 다르게 점점 수영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수영은 그런 종현에게 자신과 함께한 시간이 행복했었냐고 묻는다. 정가람은 종현이 수영을 사랑했고, 행복했다고 해석했다.
“연애할 때는 좋지만 어느 순간 불이 꺼진 것처럼 그랬던 거예요. 종현이 타오르는 기름이라면, 자신만 잘하면 됐던 건데 상대방에게 부담만 줬죠. 그런 게 현실적이지 않았나 싶어요. 누구나 연애하면서 그런 생각을 할 것 같아요.”
종현의 약한 모습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야유도 쏟아졌다. ‘종현 같은 남자는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다. 정가람은 이런 반응이 서운하기보다 감사할 따름이다. 시청자가 몰입했다는 증거고, 작품을 사랑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필리핀에 놀러 갔는데 현지 분들이 ‘사랑의 이해’를 이야기하면서 알아봐 줘서 사인도 해줬어요.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죠. 인도네시아에서도 좋아해 주셔서 인스타그램에 댓글이 많아요. 팔로워도 많이 늘었어요. 방송 전에 2만 명이었는데 28만 명쯤 됐더라고요.”(웃음)
실제 연애 스타일은 종현과 다르다. 상대를 감싸주고 배려해 줄 줄 아는 ‘좋아하면 울리는’의 혜영과 더 가깝다. 어릴 때부터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준 부모님 덕분에 낭만 있는 연애를 꿈꾼다.
“연인 사이에 ‘야’ ‘너’라고 부르는 것도 싫어해요. 이름 부르는 걸 더 좋아하죠. 신사다워야 한다는 고집이 있어요. 항상 느끼는 건 지는 게 이기는 거예요. 뻔하지만 제일 어려운 거죠. 내가 주는 것만큼 받고 싶은 욕심이 생기지만 그런 욕심을 버려야 하고, 상대에게 10가지를 해주는 것보다 싫어하는 한 가지를 안 하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저랑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편했으면 좋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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