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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취업' 보장에도 주요대 반도체학과 무더기 이탈

고려·서강·연세·한양대 73명 등록포기

전체 모집인원 47명의 155.3% 수준

입시 업계 "의약학 계열 진학 추정"

장상윤(왼쪽) 교육부 차관이 지난해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를 방문해 반도체 주요 제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2023학년도 대학 정시모집에서 주요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에 합격하고도 등록을 포기한 수험생 수가 모집인원보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초합격자가 모두 빠져나가고 추가 합격한 학생마저도 일부 등록을 취소한 셈이다. 입시 업계는 이들 중 상당수가 의약학 계열에 중복 합격해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종로학원이 고려대·서강대·연세대·한양대 반도체 계약학과 정시 추가합격 최종 공개 자료를 분석한 결과, 4개 대학에서 총 73명이 추가합격했다.

이는 4개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의 총 모집인원 47명의 155.3%에 달하는 수치다. 학교별 차이는 있지만 사실상 전체 모집인원인 47명이 모두 빠져나가 47명을 다시 뽑았는데 이 가운데서도 26명이 또 다시 등록을 취소했다는 의미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자연계열 전체 추가합격 비율(33.0%)보다도 크게 높은 수치다.

이들 대학의 반도체 계약학과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기업과 계약을 맺고 졸업 후 자동 취업을 보장하는 채용 연계형 학과다.



학교별로는 정시에서 10명을 모집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삼성전자)는 모집인원의 130.0%에 해당하는 13명이 등록을 취소했다. 11명을 모집한 고려대 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는 모집인원의 72.7% 수준인 8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물론 두 대학의 경우 전년도보다는 추가합격자 비율이 낮아졌다. 전년도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모집인원(22명)의 168.2%에 해당하는 37명이,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모집인원(10명)의 160.0%에 해당하는 16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하지만 이른바 SKY 대학인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자연계 추가합격자 비율이 33.0%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 학과의 추가합격 비율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올해 신설된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 역시 전체 모집인원 10명의 80%인 8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마찬가지로 올해 처음 16명을 모집한 한양대 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는 무려 모집인원 대비 275.0%에 해당하는 44명이 빠져나갔다.

종로학원은 이들 반도체 계약학과의 등록포기자 상당수가 의약학 계열에 중복 합격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했다. 대기업 채용이 보장돼 있는 데다, 정부의 반도체 인재 육성 정책으로 큰 기대까지 받았음에도 상위권 수험생들에게서 ‘의약학 계열’ 후보 학과 처지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정부 육성 정책, 대기업 연계에도 불구하고 의약학 계열에 밀리는 구도가 확인됐다"며 "대기업과 연계되지 않은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의 경우에는 우수 학생들의 유입이 더욱 불투명한 만큼 후속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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