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는 2000년대까지는 일본 청소년만의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들이 40대 이상의 중장년이 되면서 ‘80-50(80대 부모와 50대 히키코모리 자녀)’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도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히키코모리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들이 장기간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지 않도록 심리 치료 등 지원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은둔형 외톨이 수가 증가할 것이라는 논문을 발표해 주목받았던 일본 나고야대 후루하시 다다키(사진) 교수는 17일 서울경제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일본의 ‘80-50’을 주목해 히키코모리 생활에서 빨리 탈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일본 정부는 6개월 이상 집 밖으로 나오지 않은 40~64세 히키코모리가 61만 3000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후루하시 교수는 “15~39세 히키코모리 추정치인 54만 1000명을 넘어선 수치로 15세 이상 히키코모리는 100만 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5년부터 나고야대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정신과 의사이기도 하다. 특히 그는 2005년 나고야대에 부임할 때부터 수많은 히키코모리를 만나고 심리 치료 등을 해온 이 분야 최고의 석학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은둔형 외톨이가 증가하는 상황이다. 최근 서울시의 발표에 따르면 고립·은둔한 채 살아가는 청년이 서울시에만 13만 명에 달하고 전국 청년으로 대상을 넓히면 61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의 장기화와 고령화로 인해 극단적인 사례가 나타나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는 “부모와 자식이 사회적으로 고립돼 먹고살 수 없게 되는 극단적인 경우가 부각되고 있다”며 “1980~1990년대 일본 사회에 히키코모리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청년층의 문제로 여겨졌지만 그로부터 약 30년의 시간이 흘렀고 당시 젊었던 히키코모리들은 40~50대에 이르렀으며 그들의 부모는 지금 70~80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후루하시 교수는 코로나19가 은둔형 외톨이를 직접적으로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봉쇄 조치 등의 장기화가 이들이 세상으로 나올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0년 10월 영국의 심리학 전문 연구원을 제1저자로 국제정신의학회(World Psychiatry) 저널에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금단 환자가 급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논문을 게재했다. 후루하시 교수는 “히키코모리의 재활을 위해서는 ‘트리거’가 필요하다”면서 “코로나19의 봉쇄 및 기타 영향이 재활을 막을 수 있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잠재적 히키코모리’가 실제로 히키코모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둔형 외톨이의 원인으로 가부장적인 문화, 과도한 입시 경쟁 등을 꼽았다. 그는 “한국의 히키코모리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뉴스를 통해 사례를 접했다”며 “가부장적 문화가 배경이 될 수 있고 한국이 일본보다 시험 경쟁이 더 치열한데, 입시 경쟁이 치열할 때 어떤 사람들은 대학 입시에 지쳐 사회에서 물러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한국 청소년 사이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빠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젊을수록 치료 예후가 좋기 때문이다. 그는 “25세 이하의 히키코모리는 26세 이상의 히키코모리 환자보다 더 쉽게 호전된다”며 “이것은 히키코모리 환자가 젊을수록 사회적 예후가 좋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히키코모리의 상태에 따라 초기부터 후기까지 가족 지원(치료), 개인 치료, 집단 치료 순으로 지원 및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히키코모리에 대한 저의 임상 경험에 비춰볼 때 가족들과의 상담만 계속된다면 거의 대부분 히키코모리 자신이 상담실에 직접 나타난다”며 “히키코모리에 대한 지원은 가족 지원이 모든 지원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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